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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두 얼굴의 중국

홍병문 베이징특파원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 한창이던 지난해 초만 해도 베이징 교민들은 택시 타는 것을 꺼렸다. 한국인이라는 것을 안 중국 택시 기사에게서 험한 소리를 듣거나 강제로 쫓겨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한 감정이 다소 걷힌 요즘에는 사드 대신 한국 경제와 정치 상황을 묻는 택시 기사를 종종 만나고는 한다. 얼마 전 한 택시 기사와 한국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직도 감옥에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하니 “그래도 전직 대통령을 그렇게 오랫동안 감옥에 가둬놓을 수 있느냐”는 얘기가 돌아왔다. 최고 지도자에 대한 절대적인 숭배가 일상화한 중국식 사고방식으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중국 지식인들의 태도는 조금 다르다. 공식 석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절대 지도력에 대한 옹호 발언이 일반적이지만 사석에서는 잘못을 범한 대통령을 평화시위와 재판을 통해 감옥에 보낸 이웃 나라의 민주적 풍토에 내심 경외심을 표하기도 한다.

지난 20일 폐막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 연임을 허용한 개헌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서도 중국인들의 미묘한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웨이보나 위챗과 같은 소셜미디어에는 후진하는 자동차 사진이나 동영상이 올라오는가 하면 청나라 말기 스스로 황제에 올랐다가 몰락한 군벌 위안스카이를 언급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시 주석의 집권 연장 움직임을 비꼬는 이 같은 글들은 이내 삭제되고 일부는 불온한 의도가 담긴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기자회견 중 옆자리 동료에게 눈을 흘긴 제일재경방송 기자의 모습은 이번 전인대 기간 중 가장 화제가 된 뉴스이자 중국인들의 양면적인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전미방송국 소속이라고 소개한 한 중국 기자가 샤오야칭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에게 중국의 해외자산 관리 실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질문 앞머리에 시진핑 지도부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성과 등을 장황하게 늘어놓자 옆자리에 서 있던 여기자는 눈 흰자위만 드러낸 채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뻔한 내용을 물으면서 늘어놓는 정부 예찬론을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중국 전역을 강타한 이 생방송 장면이 소셜미디어에서 잇따라 재생되면서 화제가 되자 당국은 검열에 나섰다. 관련 영상을 온라인에서 차단했고 신성한 전인대를 웃음거리로 만든 두 기자는 남은 전인대 기간 인민대회당 출입이 제한됐다.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각본에 짜인 듯 천편일률적인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의 모습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지식인들은 희극적인 이번 사태를 웃지도 못할 코미디라고 평했다.

중국인의 이중성은 헌법 개정안 통과 후에도 연이어 드러났다. 개헌안이 통과된 후 선춘야오 중국 전인대 법제공작위원회 주임은 기자회견에서 “국가주석·당 총서기·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 3대 직책 가운데 국가주석에만 있던 임기 제한이 삭제돼 ‘삼위일체’가 이뤄졌다”며 극히 타당한 개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위일체를 위해서라면 당 총서기와 군사위 주석의 임기를 정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외신 기자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말끝을 흐려버렸다.

며칠 후 시 주석이 만장일치로 국가주석에 재선출되자 중국 관영신문인 인민일보는 인민들의 뜻이라며 ‘시비어천가’를 늘어놓았다. 7년 전 인민일보는 지방 당조직에 만연한 만장일치 선거를 비판하며 반항의식이 침묵 속에 가려지면 결국 폭발하는 날이 온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드의 해빙 분위기를 기대하는 우리에게 중국은 지난해 한국 기업 때리기 조치에 대해서는 한마디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보수 관영지 환구시보는 18일 “중국과 북한의 우호적인 관계를 한국은 방해하지 말라”는 코미디 같은 말을 쏟아 냈다. 이중적인 얼굴 속에 가려진 중국인의 속마음을 간파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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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문 기자 국제부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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