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견 철강업체인 휴스틸은 대미 수출용 강관 라인을 재가동할 예정이다. 휴스틸은 수입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미국 정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 대한 우려로 지난 2월부터 당진공장의 조강 생산라인 1개를 가동 중단했다. 휴스틸은 이 생산라인을 통해 연간 1,025억원 규모의 유정용 강관을 미국으로 수출해왔다. 휴스틸이 재가동을 결정한 것은 232조로 인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판단에서다.
다른 업체들도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미국 정부의 철강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조치가 발효됐다면 당장 2월 중순 이후 미국으로 출발한 배들에 실려 있는 철강 제품들이 미국 땅에 도착하자마자 관세 폭탄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업체별로 추가 관세 피해액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그간 기존에 미국으로 떠나 보낸 수출 물량 처리 방안을 두고 고심하던 철강업체들도 관세 면제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동부제철(016380)의 경우 4월까지 주문을 받아놓은 미국 수출 물량을 빨리 소화하기 위해 생산계획을 바꿔 월말 생산 물량을 전부 미국으로 몰아줄 계획이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관세 유예이기 때문에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주문 물량들은 최대한 빨리 생산해서 빨리 내보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아직까지 한국이 미국 정부의 철강 면제 조치에서 완전히 제외됐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최근 미국의 관세 조치에 따라 4월부터 대미 수출을 잠정 중단하고 있는 동국제강(001230)의 경우 당분간 수출 재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4월에야 확실히 관세 부과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수출 재개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관세가 확정돼야 고객사와 금액에 대한 부분을 조율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산라인을 재가동한 휴스틸도 “미국 정부가 232조와 별개로 개별 품목에 대한 반덤핑 관세 판정을 매년 내리고 있고 해를 거듭할수록 관세가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아직 긴장의 끈을 놓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최종적으로 한국이 미국의 철강 추가 관세 조치 제외국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한 달 남은 협상 기간 동안 정부·업계가 힘을 합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사업본부 내 무역통상그룹과 미국에서 실질적인 통상 관련 업무를 하는 워싱턴사무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현지 고객사·협회 등과 접촉해 대응하고 있다”며 “유예 기간 동안 정부, 철강협회, 국내 철강업계와 면밀하게 협조해 한국이 미국 정부의 추가 관세 조치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현대제철(004020)도 “미국 정관계 인사를 대상으로 관세 면제를 위한 접촉을 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 내 수요업체들이 제외를 원하는 품목을 정부에 신청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고객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당사와 관련된 품목을 제외품목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병기·김우보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