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가 큰 주가연계증권(ELS)을 대체하기 위해 출시된 ‘손실제한형 상장지수증권(ETN)’이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상품 구조가 복잡해 투자자들의 접근이 어려운데다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도 낮은 탓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손실제한형 ETN 4종이 만기상환에 따라 지난 22일 상장 폐지됐다. 이어 23일 삼성증권 상품 3종, 다음달 13일 NH투자증권 상품 4종 등 올 상반기에만 18종 손실제한형 ETN 상품들이 만기된다. 지난해 3월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1호 상품들이 속속 만기에 따른 상장 폐지 수순에 들어가는 것이다.
손실제한형 ETN이란 최대 손실은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른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어낸 상품이다. 앞서 2016년 홍콩항셍기업지수(HSCEI) 여파로 대규모 ELS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개인투자자들의 ELS 쏠림 현상을 막고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
하지만 이 상품들의 지난 1년 성과는 초라하다. 지난해 3월 손실제한형 ETN 도입 이후 지금까지 총 37개 상품이 상장됐지만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나 거래량은 전체 ETN 시장의 1%도 채 차지하지 못했다. 예컨대 22일과 23일 상장 폐지된 ‘미래에셋 K200 C-SP 1803-01 ETN’과 ‘삼성 K200 C-SP 1803-01 ETN’도 지난 1년 일평균 거래대금이 각각 20만원, 113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참여가 저조했다.
올해 규모로 보면 1월2일~3월19일 사이 전체 ETN 거래금액은 3조9,000억여원이다. 이 중 손실제한형 ETN 상품 37개 전체 거래금액은 169억여원으로 전체 ETN 시장의 0.4%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대부분 개인보다는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 참여한 거래대금은 33억여원, 기관은 136억원으로 사실상 거래량의 80% 이상이 기관에 의한 것이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손실제한형 ETN 투자가 점진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경학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상품시장부장은 “손실제한형 ETN은 일정 기간 보유하는 방식이라 거래량이 활발하지는 않다”면서 “기본적으로 ETF 등 다른 상품들보다 인지도가 낮고 상품도 생각했던 것보다 추가 상장이 활발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상품은 안정형 투자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찾는다”며 “유럽 시장에서는 이와 유사한 구조화 상품 종류가 100만개가 넘는다. 아직은 초기 시장이고 수익률이 공격적이지 않지만 향후 다양한 상품들이 나오면 상황이 좋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상백 삼성증권 ETN 파트장은 “지난해부터 조기상환이나 스프레드 구조 등 다양한 상품을 올려봤지만 ETF같이 심플한 콜옵션 또는 풋옵션 구조가 반응이 가장 좋았다”면서 “이 시장은 아직 거래는 적지만 꾸준히 보유하는 방식으로 전망을 나쁘게 보지 않기 때문에 계속 라인업을 정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상장 상품으로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삼성증권은 증권사 중 가장 많은 18개 손실제한형 ETN 상품을 내놓으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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