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대구·김해국제공항 등 영남권 공항의 여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통합이전 및 신공항 논란에 정작 시설개선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미 이전·확장이 계획돼 있는데 현 공항에 시설을 보완할 필요가 있느냐’는 중복투자 논란으로 승객 편의는 무시되고 있는 셈이다.
26일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 몇년사이 급성장한 대구공항은 올해 여객실적이 공항의 수용한계치인 375만명(국내선 257만명, 국제선 118만명)을 훨씬 초과한 4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1~2월 여객실적이 65만9,508명으로 전년 동기(52만8,635명)에 비해 24.8% 증가했다. 이중 국제선 여객실적이 33만8,738명으로 전년 대비 57.3%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대구공항은 저비용항공사(LCC)의 잇따른 노선 신설로 지난해 여객실적이 사상 처음으로 350만명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하계시즌(3.25∼10.27)을 앞두고 국제선 신설 및 기존 노선 증편이 이어지면서 여객실적 증가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대구공항의 맹주로 자리잡은 티웨이항공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을 다음달 6일부터 신설(주3회)하고 필리핀 세부, 홍콩, 일본 오키나와 노선 등은 증편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닫혔던 중국 하늘길도 다시 열린다. 제주항공의 베이징 노선과 티웨이항공의 상하이 노선 운항이 재개되고, 중국 동방항공의 상하이 노선은 주7회(현 주4회)로 증편된다.
반면 대구공항의 시설확충은 아직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가장 급한 여객터미널의 경우 현재 민간에 위탁중인 에어포트호텔의 활용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호텔 계약기간이 오는 2020년 8월까지여서 한동안 승객 불편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시설확충이 늦어진 이유는 ‘군공항 이전 특별법’에 따라 K-2와 함께 통합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대구공항에 시설투자를 할 경우 중복투자에 따른 매몰비용이 발생한다는 것. 그러나 통합이전은 오는 2023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만 제시됐을 뿐 이전후보지 선정 지연 등으로 계획기간 내 이전은 물리적으로 힘든 실정이다.
김해공항은 대구공항 보다 혼잡도가 더 심하다. 4년 연속으로 최대 이용객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김해공항은 이미 수용한계를 넘어섰다.
김해공항 국제선의 경우 지난해 924만 명이 오가면서 같은 해 6월에 국제선 청사 1단계 확장사업으로 준공된 국제선 청사 연간 수용 능력인 630만명을 이미 초과한 상태다. 늘어나는 이용객을 수용할 국제선 시설 확장 2단계 사업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간 2026년 신공항이 들어설 때까지 이용객 포화 상태로 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부산시는 2026년으로 예정돼 있는 신공항 개항 시점을 앞당기는 것은 물론 신공항 개항 전이라도 적정한 공항 시설을 확대해 이용객 편의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 공항의 지체 및 혼잡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확장사업에 대해 국토부에 건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대구=손성락기자 ssr@sedaily.com·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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