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전 한때 미세먼지 농도가 186㎍/㎥까지 치솟았던 서울의 한 초등학교. 미세먼지 주의보까지 내려지자 학교장은 실외수업 금지령을 내렸다. 한 교사는 “예전에는 실내수업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가 비였는데 지금은 미세먼지”라며 “야외수업도 분명 필요하지만 학부모들 항의전화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미세먼지가 조금이라도 심한 날에는 밖에 안 나가는 게 좋다”고 전했다.
# 평소 지하철로 회사를 오가던 직장인 최모(30)씨는 이날 승용차로 출근했다. 미세먼지가 심하니 차를 가져가라는 아내의 권유 때문이었다. 최씨는 “아내가 평소 지하철로 다니라고 하는데 오늘은 차를 가지고 나가라고 했다”며 “평소 안 몰고 다니던 차를 타고 회사를 갔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 인근 주차장을 찾느라 지각했다”고 토로했다.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에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에 꼼짝없이 갇혔다. 전국 학교의 야외수업은 실내수업으로 대체됐고 공공기관과 기업 등의 야외행사 취소도 줄을 이었다. 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차량 2부제를 시행한 공공기관 곳곳에서는 차량 진입을 놓고 승강이가 벌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세먼지 대책은 겉돌고 있다. 무엇보다 고농도 미세먼지의 60~80%에 이르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전문가들은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의 가장 큰 요인으로 중국을 지목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서울 초미세먼지 농도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며 “가장 큰 원인은 중국발 스모그”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은 베이징·톈진 등과의 저감 협력사업 확대, 중장기적으로 동북아 미세먼지 협약 체결 검토 등이 고작이다.
국내 대책도 허술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27일부터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을 일평균 50㎍/㎥에서 35㎍/㎥로 강화하면서도 수도권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기준(50㎍/㎥)은 그대로 뒀다. 자동차 사용 자제, 공사장 작업시간 단축 등 상당수 제한 조치도 그저 권고일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오히려 승용차 이용량이 늘어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차량 2부제 대상을 민간차량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던 정부는 아직도 관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추가 대책 없이 기준만 강화하다 보니 국민의 피로도만 높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학생들이 운동장에 나갈 수 있는 날은 앞으로 더 줄어들게 됐다.
미세먼지 문제를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9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KIST를 비롯해 서울대·광주과기원·한국외국어대를 세부 주관기관으로 하고 다수 출연연과 대학·기업이 참여한 ‘미세먼지국가전략프로젝트사업단’이 출범한 것이다.
하지만 미세먼지프로젝트사업단의 예산은 지난해 120억원, 올해 126억원에 불과하다. 분야별로 보면 발생·유입이 41억원에서 50억3,000만원, 집진·저감은 15억원에서 25억원, 보호·대응은 17억원에서 18억원으로 소폭 늘었으나 측정·예보는 38억원에서 23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고광본 선임기자 세종=임지훈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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