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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현대차 "픽업트럭 美서 생산"...쏘나타 빼나 생산라인 늘리나

[한미FTA 유탄…픽업트럭 美 현지생산 가닥]

앨라배마 공장 생산차종 늘리면 품질저하

잘 팔리는 SUV 라인업 손대기도 마땅찮아

내년 쏘나타 완전변경모델 출시 앞둬 고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 측의 요구 사안인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 연장을 받아들이면서 미국 시장의 판매 부진을 벗기 위한 현대자동차가 픽업트럭 딜레마에 빠졌다. 25% 관세 부담에 당초 국내 생산에서 미국 현지 생산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혼류 생산 중인 현대차(005380)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적정 생산 차종은 4종인데 품질 저하 우려에도 불구하고 생산 차종을 늘릴지, 아니면 생산 중이거나 생산 계획 중인 차종을 뺄지 현대차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앨라배마 공장 적정 생산 차종은 4종=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현재 개발 중인 픽업트럭을 미국에서 생산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앨라배마 공장의 라인 재정비 논의에 돌입했다. 정부가 한미 FTA 협상에서 오는 2041년까지 현행 25%의 픽업트럭 관세를 유지하기로 미국 측과 합의한 데 따른 조치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부터 픽업트럭 개발에 착수, 관세가 철폐되는 2021년 전후로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뒤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었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을 공략할 픽업트럭을 국내에서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앨라배마 공장 생산 차종의 제약 때문이다. 현대차는 현재 앨라배마 공장에서 쏘나타와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싼타페 등 3개 차종을 한 라인에서 혼류 생산하고 있고 2019년부터는 투싼 개조차를 투입하기로 계획을 세워놓았다. 연 35만대 규모의 앨라배마 공장의 적정 생산 차종은 4종이다. 중국 충칭 공장 등 일부 공장에서는 5개 차종을 혼류 생산할 수 있지만 앨라배마 공장과는 생산 설비 자체가 다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장 설비를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생산 차종을 늘릴수록 품질 저하 우려가 커진다”고 말했다. 앨라배마 공장 현지에서도 4종 이상의 혼류 생산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시장은 품질에 민감하다. 최근 미국 교통안전국(NHTSA)은 2011년형 현대차 쏘나타와 2012·2013년형 기아차 포르테 등 총 42만5,000대의 에어백 결함 문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현대차는 리콜을 진행 중이다.

◇픽업트럭 대신 특정 차종 빼나=생산 차량의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픽업트럭 대신 앨라배마 공장의 특정 차종을 빼야 한다.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판매가 부진한 쏘나타를 앨라배마 공장에서 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자동차시장의 수요가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옮겨가면서 쏘나타의 현지 판매량은 지난 2014년 21만6,936대에서 지난해 13만1,803대로 급감했다. 올해 1~2월 판매량은 1만2,72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반토막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연간 판매량은 7만대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내년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는 점이 변수다. 신차 효과를 기반으로 판매량이 늘어나게 되면 현지 생산 물량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마찬가지로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도 후보군이지만 연간 판매량이 18만대(지난해 기준) 이상으로 여전히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현대차 모델 중 볼륨이 가장 크다.



그렇다고 SUV 라인업에 손을 대기도 마땅찮다. 현대차의 지난해 미국 시장 전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 이상 급감했지만 싼타페는 2,000대가량 늘었다. 더군다나 올해 완전변경 모델도 출시했다. 내년부터 앨라배마 공장에서 투싼을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 역시 2014년 4만7,306대에서 지난해 11만4,735대로 판매량이 늘어난 게 배경이다. 이경수 현대차 미국법인장은 1월 “미국 자동차 수요의 65%가 SUV와 픽업트럭”이라며 “현재 싼타페와 투싼 두 종류에 불과한 SUV 라인업을 2020년까지 8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차종의 생산을 국내로 돌리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반대로 앨라배마 공장 생산 차종의 조정 없이 픽업트럭을 추가하면 전체 차종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한미 FTA 재협상 결과가 권역별 책임경영체제를 가동하면서 미국 시장의 판매 부진을 떨쳐내려던 현대차 계획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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