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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술주 급락에 IT주 휘청...증시 주도주 바뀌나

외국인·기관 쌍끌이 매도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하락

IT업종 높은 상승세 부담감

"산업재 등으로 주도권 옮겨갈것"

일각에선 "저가 매수 해볼만"





미국 기술주가 주저앉으면서 국내 정보기술(IT) 대장주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기관투자가들의 IT주 순매도가 관측되면서 일각에서는 주도주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전자(005930)의 주가가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다만 여전히 IT주의 상승세를 관측하며 저가 매수를 권하는 목소리도 높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각각 전일보다 1.43%, 1.73%, 2.93% 떨어졌다.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는 페이스북이 전일 대비 4.9%,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자율주행차 사망 사고 탓에 각각 8.2%, 7.8%씩 하락 마감했다. 미국 기술주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애플도 아이폰X의 판매 실적 부진으로 2.6% 떨어졌다. 주요 기술주들의 진통은 실적 전망도 양호하고 사업 확장이 이어지고 있는 아마존 주가(전일 대비 3.9% 하락)까지 끌어내렸다.

미국 기술주가 요동치면서 한국 IT주도 타격을 받았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일(-0.6%)에 이어 28일에는 2.56% 하락한 243만5,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3.28%까지 하락폭이 커지기도 했다. 전일 3% 넘게 하락한 SK하이닉스(000660)도 이날 오전장에서 반짝 반등했지만 결국 1.35% 떨어진 8만3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미국이 자국산 반도체 구매를 늘려달라고 중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도체주의 출렁임이 특히 컸다. 이밖에 삼성전기(-2.79%), 삼성SDI(-1.99%), LG이노텍(011070)(-1.59%), LG전자(066570)(-2.24%), 카카오(035720)(-1.9%), NAVER(035420)(-0.63%)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주식은 삼성전자(외국인 1,009억원, 기관 917억원)다. 최근 5거래일 동안의 움직임을 봐도 외국인은 삼성전자(2,363억원), 삼성전자우(541억원), LG이노텍(393억원), SK텔레콤(341억원) 등을 팔아치웠다. 기관투자가 역시 SK하이닉스(3,159억원), 삼성전자(1,947억원), 카카오(685억원), LG디스플레이(034220)(608억원) 등 IT주를 대거 팔아치웠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IT 업종이 쥐어왔던 증시의 주도권이 산업재 등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부터 사상 최고가를 찍은 지난해 11월2일까지 59.56%나 올랐지만 이후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며 다시 15% 넘게 하락했다. 코스피 전기·전자업종지수 역시 지난해 최고 60%의 상승률을 기록한 후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의 높은 상승세에 대한 부담감도 IT주에 대한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미국 IT주의 움직임과 관련해 “그동안 IT주의 강한 상승세와 늘어난 시가총액 비중을 고려하면 주도주 교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IT주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과거 IT 버블 때도 대장주였던 기술주가 마지막까지 상승세를 이어갔고 기술주 주가를 떨어뜨렸던 미국 금리가 오랜만에 다시 2.7%대로 하락했다”며 “기술주는 최근 고전에도 불구하고 계속 대장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도 “미국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 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았지만 인공지능(AI) 등 신규 사업의 실적 개선이 뒷받침된 만큼 밸류에이션은 오히려 과거보다 하락했다”며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만큼 저가 매수를 노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중국의 합의가 국내 반도체주에 미칠 타격도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실제로 중국이 한국산 메모리 수입 비중을 줄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메모리보다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 제품의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글로벌 증시가 무역전쟁에 흔들리며 금·채권·엔화 등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을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유진 킹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우리 상품분석팀은 금값과 미국 금리 간에 괴리가 있다고 본다”며 “과거 여섯 차례 금리 인상기 가운데 네 차례는 금값이 상승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킹 애널리스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를 총 세 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지만 한 차례 더 올릴 가능성도 있다”며 “금값이 오른다는 관측이 직관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과거 연준의 긴축 사이클 때 가격 동향이 상승을 예견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채권시장도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며 채권가격이 강세를 나타냈다. 5년물은 2.6bp(1bp=0.01%포인트) 떨어진 2.436%를 기록했고 10년물은 3.6bp 하락한 2.640%로 마감했다./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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