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의 한 임원이 대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를 훌쩍 넘는 200억원대 보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코스닥 상장사 제낙스(065620)의 연구개발 이사인 김창현 박사. 그는 특허를 바탕으로 얻은 스톡옵션으로만 213억9,000만원을 챙겼다. 지난 2016년 재계 ‘연봉킹’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두 배를 훨씬 넘는 수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낙스는 22일 공개한 사업보고서에서 자사 등기임원인 김 이사에게 지난해 215억1,0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보수 총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공개하도록 돼 있는데 김 이사는 급여 1억2,000만원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이익 213억9,000만원을 신고했다.
아직 2017년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김 이사가 지난해 1년간 벌어들인 금액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2016년 기준 기업 총수 중에는 정 회장이 92억8,200만원을 받아 1위였고 CEO 중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66억9,8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김 이사는 지난해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금액을 벌었다. 급여는 높지 않았지만 보유한 특허를 바탕으로 스톡옵션 대박을 거뒀다. 그는 2011년 회사로부터 3건의 특허를 전제로 주당 6,410원에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 100만주를 받았다. 이들 특허는 딱딱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휘거나 구부릴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제작이 가능한 원천 기술을 담고 있다. 제낙스는 김 이사의 특허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플렉시블 배터리를 개발해 다양한 제품에 적용할 수 있게 만들어냈다.
회사의 성장으로 주가도 상승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김 이사는 2014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스톡옵션 행사가 가능했는데 5,000~1만원의 박스권에 머물던 주가는 2015년 말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20일 3만7,5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고 김 이사는 지난해 12월 당시 2만7,800원에 권리를 행사해 주당 2만1,390원의 차익을 남겼다.
순수 연구개발자가 기술력 하나로 스톡옵션 대박을 거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해외에서는 넷스케이프의 창시자인 마크 앤드리슨이 불과 스물넷에 5,8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사례가 적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임원급 이상의 연봉 보전 개념이 강한 탓이다. 금융권에서는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각각 씨티은행장과 국민은행장 시절 받은 스톡옵션으로 100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전체로는 이학수 전 삼성물산 고문,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스톡옵션 행사로 1,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