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투자심리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글로비스(086280)가 최대 수혜주로 지목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한 반면 현대모비스(012330)는 효자 사업부를 잘라낸 고통에 당분간 주가가 휘청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대모비스의 분할 비율에 불만을 품은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29일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엇갈렸다. 현대차는 전일보다 5.28% 떨어진 14만3,500원에 마감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시총 4위 자리를 내줬다. 현대모비스도 2.87% 하락한 25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개장 직후 전일 대비 23.63%나 급등하며 52주 최고가를 새로 쓴 후 상승폭이 4.9%로 줄면서 18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밖에 기아차(000270)와 현대건설은 각각 3.48%, 0.23%씩 하락했다.
이날 투자자들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각 계열사에 가져올 득실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의 순환출자 구조를 오는 7월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에서 현대모비스로, 다시 현대차·기아차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전일 공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는 투자·핵심부품사업 부문만 남기고 모듈·애프터서비스(AS) 부문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된다. 정 회장 부자는 기아차·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004020)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 4조5,000억원가량의 인수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주로는 현대글로비스가 꼽힌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는 기존의 물류·해운·유통 사업에 모비스의 모듈·AS 부문이 합쳐지면서 규모와 수익성이 향상돼 기업가치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모비스의 AS 부문은 최근 5분기 연속으로 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한 효자 사업부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AS 부문은 고마진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모듈사업은 존속 모비스의 배터리·모터 등 전기차 핵심부품을 모듈화하는 작업을 도맡으면서 점차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순환출자 구조 개선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라는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다소 우려가 제기된다. 현금 자산을 창출해온 AS 사업 등이 분할되면서 당장 주가와 성장동력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게 이유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캐시카우인 AS 사업부와 현금성 자산 9조원 중 2조5,000억원이 분할 모비스로 옮겨가면서 앞으로의 인수합병(M&A) 여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맥쿼리증권도 “이번 개편안은 글로비스로 합병되는 AS 부문의 수익 성장이 예상된다는 점, 당장 중국에서의 수익성 압박이 모비스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모비스 주주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분할 비율과 관련해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대모비스 존속 부문과 분할 부문의 비율은 약 0.79대0.21로, 유진투자증권은 개편안에 따른 분할·합병 후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을 각각 30조원, 22조원으로 추산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분할 전 예상 시가총액인 37조3,000억원보다 오히려 가치가 하락하는 반면 글로비스는 수익성 높은 AS 부문 덕분에 주가 상승률이 30%에 달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 안건이 의결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인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 역시 이 같은 이유로 “일부 주주들이 합병비율에 다소 불만을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주주·계열사 지분율을 감안했을 때 주총 부결의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박인우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현대모비스가 그룹 사업과 지배구조의 정점에서 대주주 책임 경영, 주주가치 제고 등에 나서면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현대차는 대체로 기업 가치나 주가 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각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최대주주(20.78%)인 현대차의 배당 성향이 오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AS 부문 등을 글로비스에 내어준 분할 모비스가 대규모 투자 등을 추진하려면 자금원이 필요한데 이를 현대차의 배당에서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다른 외국계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온 현대모비스의 모듈·AS 부문이 글로비스와 합병되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배당이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위한 중요한 자금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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