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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다음은 삼성?…지배구조 개편 바람 부나

삼성 "원칙적으로 순환출자 해소…시기·방법은 아직 미정"

현대자동차그룹이 순환출자 해소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해소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순환출자 해소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주요 대기업에 3월 주총 때까지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당장 내놓을 카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당장 시행할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다만 공정위가 8월 말까지 처분하도록 한 삼성SDI 보유 삼성물산 지분 404만주(2.11%)는 기한 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가 생겼다며 8월 26일까지 해당 지분을 모두 처분하도록 명령했다. 재계에서는 매각될 주식을 삼성물산이 자사주로 사들이거나 이 부회장이 사재로 매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삼성에서는 주식 처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또 다른 축으로는 삼성생명이 지닌 삼성전자 지분이 꼽힌다. 김상조 위원장도 1월 “삼성 문제의 핵심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관계”라고 말한 바 있다. 재계는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들이 삼성그룹에 순환출자의 해소를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순환출자는 이건희 회장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원천으로 이해된다. 삼성전자의 주주 구성을 보면 이 회장이 3.88%,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0.84%, 이 부회장이 0.65%를 보유하고 있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5.37%에 불과하다. 하지만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으로 확대하면 지분율이 20% 이상으로 올라간다. 삼성생명이 8.27%, 삼성물산이 4.65%, 삼성화재가 1.45% 등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7.23%)이고, 이 회장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20.76%)다.



이런 지분의 연쇄 고리를 이용해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상황을 타개하라는 것이 순환출자 해소 요구의 핵심이다. 삼성도 원칙적으로는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나 시기 등은 정해진 게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이 올 하반기 시행을 예고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도 사실상 삼성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방안은 그룹 계열사 간 출자를 자본적정성평가 때 배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삼성물산의 삼성생명 출자나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출자 등이 전부 또는 일부 ‘적격자본’에서 빠진다. 그러면 삼성생명은 자본 확충을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삼성 입장에서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단순히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파는 게 아니라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면서 지분율은 유지해 경영권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지배구조 개선은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 또 경영권 방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서두르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순환출자 해소가 매우 어렵다고 여겨진 현대차가 한 만큼 삼성도 충분히 지배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가 시간을 준 만큼 삼성도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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