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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그 많던 여성 위인은 다 어디로 갔을까

■케르스틴 뤼커·우테 댄셸 지음, 어크로스 펴냄





비잔틴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많은 업적으로 ‘대제’라 불리지만 그 황후 테오도라는 ‘경기장 무희 출신으로 신데렐라가 된 왕비’ 정도로만 묘사된다. 그러나 테오도라 황후는 남편이 반란군에 쫓겨 도망치려 할 때 그들에 맞서 콘스탄티노플을 지키라고 설득했고 이후에는 어려운 처지의 여성들을 위한 법 제정에 앞장서는 등 정치에 깊숙이 관여했다.

몽골제국을 세운 칭기즈칸은 아들을 후계자로 지목하는 다른 왕들과 달랐다. 그는 자신의 딸들을 정복한 땅의 왕과 결혼시켰다. 딸을 통해 부마국을 다스린 것. 정복전쟁에 늘 사위들을 데리고 다닌 것은 딸들의 통치에 간섭하지 못하게 하려는 작전이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당대의 역사가들은 칭기즈칸의 딸들이 이룬 치적에 대한 기록을 모조리 잘라냈다.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는 남성 중심의 시각으로 쓰인 주류 역사책이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대표적인 세계사 입문서에 이름이 실린 여성이 10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자각해 집필을 시작한 저자가 인물사가 아니라 역사의 흐름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내용과 의미가 한층 풍성하다.



비범했던 여성이 남자로 둔갑해 역사에 적히기도 했다. 초기 기독교 시절, 지금의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해당하는 이베리아 왕국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인 니노는 사실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 신학자들은 그녀가 남자였다고 우겼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동서고금에 뿌리 깊었다. 3,000년 전 아시리아 법전에는 남녀를 다르게 대우한 ‘베일’에 대한 규정이 등장한다. 중국 고대왕조 상 유적에서는 “아이를 낳았는데 길하지 않았다. 딸이었다”는 갑골문자가 발견됐다. ‘여성혐오’를 뜻하는 ‘미소지니(misogyny)’라는 단어 자체가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이니 고대 서양사에도 여성의 역할은 파고들 틈이 없었다.

신사임당의 가장 큰 업적이 율곡 이이를 키워낸 것이며, 신여성 나혜석은 가정을 버린 나쁜 여자로 매도되는 것이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을 주는 책이다. 1만7,8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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