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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덮친 바이오주 주총 가보니] CEO 고개 숙였지만...뿔난 주주들 항의 퇴장

"신약 개발 기술력 있기는 있나"

"상장폐지 위기인데 계획 뭐냐"

주주들 잇단 성토에 불신 확산

경영진 스톡옵션도 부결 시켜

업계선 "옥석 가리는 계기돼야"

30일 서울 가산동에서 열린 네이처셀 주주총회에서 라정찬 회장이 주주들에게 개발 중인 신약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지성기자




“그렇게 자신했던 정부의 임상 승인이 거절됐는데 도대체 신약 개발에 대한 기술력이 있기는 한 것입니까.”(네이처셀(007390) 주주)

“자칫하면 상장폐지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차바이오텍(085660) 주주)

30일 열린 네이처셀과 차바이오텍의 정기 주주총회는 그야말로 경영진을 향한 주주들의 성토장이었다. 이들 기업은 최근 잇따른 악재로 주가가 불과 며칠 만에 반토막 나면서 ‘바이오주 거품론’을 촉발한 곳이다. 신약 승인의 불확실성과 불투명한 회계처리가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국내 바이오기업 전반으로 불신이 확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에서 줄기세포 치료제를 연구 중인 라정찬 네이처셀 회장은 이날 서울 금천구 가산동 롯데IT캐슬에서 열린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색 가운을 걸치고 연단에 올라선 라 회장은 최근 잇따른 주가 하락을 의식한 듯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네이처셀의 줄기세포 치료제 기술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 회장은 “줄기세포 기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조인트스템’의 조건부 허가가 거절됐지만 충분히 기술력을 자신하는 만큼 이르면 다음주 임상 3상을 신청하겠다”며 “경증과 중증을 포함한 120명의 환자를 추가해 10개 병원에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네이처셀이 제출한 조인트스템의 임상 2상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승인을 거절했다. 네이처셀 주가는 불과 5거래일 만에 6만2,000원대에서 2만4,000원대로 폭락했다.

라 회장은 이어 “개발 중인 버거씨병 치료제 ‘바스코스템’도 6명의 환자를 추가해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오는 9월 희귀의약품으로 신청할 예정”이라며 “최근 일본에서 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치매 치료제 ‘아스트로스템’도 다음주부터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일본에서 시술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 회장은 이날 일부 주주들이 항의하며 퇴장하자 “주주 여러분이 걱정하는 부분을 누구보다 통감하고 있다”며 “현재 1조5,000억원 수준인 기업가치를 내년까지 3조원까지 끌어올리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덧붙였다.

30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열린 차바이오텍 주주총회에서 차바이오텍 임원진이 최근 불거진 회계리스크와 관련해 주주들에게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제공=차바이오텍


차바이오텍 주주들도 이날 경기 성남시 삼평동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열린 주총장에서 경영진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차바이오텍은 최근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 ‘한정’ 의견을 받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린 상황이다. 여기에다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의 사위가 공시 직전에 주식을 전량 매도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경영진의 부도덕성까지 논란에 휩싸였다.

이영욱 차바이오텍 대표는 주주들을 향해 머리를 깊숙이 숙인 뒤 “올해 영업이익을 30억원 이상 달성해 경영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보유한 부동산을 임대하고 일부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단행해 실질적으로 주주들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차바이오텍은 이날 송재훈 차바이오그룹 회장과 김진용 차움의원 원장, 민영선 법무본부장에게 9만주의 스톡옵션을 줄 예정이었지만 부결됐다.

국내 바이오업계는 일부 기업들의 논란이 바이오업계 전반으로 확산돼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최초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추월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준공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개별 기업들의 리스크가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는 국내 바이오산업을 위축시키는 쪽으로 확대되는 것은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우리 스스로 옭아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불확실성을 수반하는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기에 그만큼 위험성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가 ‘묻지마 투자’가 아닌 경쟁력 갖춘 국내 바이오기업의 옥석이 가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성·김지영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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