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29일 전 세계 20개국 2,090명의 글로벌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혁신을 주도하는 국가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전체 설문 대상자의 3%만이 우리나라를 지목했다. 순위 상으로는 스웨덴과 함께 5위다. ‘톱5’에 들어갔으니 만족할 수 있는 결과일까.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이 받아든 점수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21%와 14%의 선택을 받으며 28%를 획득한 미국에 이어 2·3위에 올랐다. 일본은 지난 2013년 똑같은 조사 때 12%로 4위였지만 2위로 수직 상승했다. 중국은 13%로 3위를 유지했다. 일본과 중국이 혁신 노력을 통해 글로벌 기업인들이 바라보는 시각과 기대치를 끌어 올린 반면 우리나라는 되레 4%에서 3%로 떨어졌다. 혁신을 선도할 아시아 국가로 일본·중국이 글로벌 기업들에 각인되고 있을 뿐 우리나라는 점점 혁신 이미지가 퇴색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현상의 배경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같은 보고서에 담긴 ‘혁신 기술 트렌드에 대한 관심’ 항목이 조금이나마 힌트가 될 수 있을 듯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사물인터넷(IoT)에 대한 관심이 글로벌 평균으로는 70%인 데 반해 한국은 30%에 그쳤다. 빅테이터에 대한 관심 역시 글로벌 평균은 66%, 한국은 26%로 격차가 컸다. 3D 프린팅 기술에서도 68%와 34%로 관심도가 차이가 있었다.
GE 측은 우리나라가 “혁신에 대한 확신은 있으나 그 혁신을 현실화할 첨단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이 미흡하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와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여러 혁신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이미 제품이나 관련 솔루션 등을 내놓고 있다”며 “그들이 가지는 선도적인 위치는 첨단 기술에 대한 선점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전했다. 한국 역시 새로운 기술에 더 깊은 안목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혁신의 주체가 누구이냐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기업인들과 글로벌 기업인들 간 괴리가 드러났다. 한국 임원들은 혁신을 주도할 주체로 37%가 대기업을 택한 반면, 글로벌 기업 임원들은 18%만이 대기업을 지목했다. 오히려 글로벌 기업인들은 다국적기업(23%)과 개인 혹은 스타트업(18%)이 혁신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느냐를 놓고도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27%만이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85%, 중국 73%, 인도 67%, 독일 65%에 비해 턱없이 박한 평가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14년 조사 때보다 ‘자국 혁신 환경이 우호적이다’라는 응답이 무려 49%포인트 상승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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