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스타일 인테리어, 북유럽 라이프스타일 따라하기…리빙업계에서 ‘북유럽 스타일’은 일종의 교과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한국에서 정작 한국은 빠진 라이프스타일이 넘쳐나고 있는 것. ‘한국에서 왜 한국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는 이는 없을까’.
한 청년의 가슴속에 피어난 의문은 지난 2015년 ‘서울번드’라는 뜻밖의 결실을 맺었다. 설립 1년 만에 억대 매출권에 진입하더니 지난해에는 4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서울번드는 한국·중국·대만·홍콩·일본 등 5개국의 리빙 제품을 선별해 판매한다. ‘전통미는 살리되 고루하지 않을 것’, ‘사용하기 편하고 내구성은 뛰어날 것’ 등 51가지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한 30곳 이상의 브랜드에서 총 300개 이상의 제품이 서울번드를 통해 한국에 소개됐다. 동아시아의 보물만 모아 판다고 자부하는 박찬호 대표를 최근 만났다.
- 어떻게 동아시아에 주목하게 된 거죠?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한국의 생활문화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근본적인 뿌리가 한자문화권(동아시아)이 나오더군요. 저는 한국보다 큰 카테고리로 이야기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인상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마치 우리가 북유럽 가구라 이야기하고 스웨덴, 덴마크 등으로 안 나누듯이요.
- 단순한 관심이 사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저는 4살 때부터 중국에서 자랐고 한국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했어요. 한국과 중국의 디자인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주 어렸을 때부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종의 문제의식은 전공 공부를 시작하면서 생겨났어요. 한국에서 배우는 디자인사의 모든 자료들이 유럽것 뿐이었거든요. 막상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죠. 한국인이 한국의 것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즉 한자문화권 국가들에 대한 걸 배우지 않는다니 충격이었습니다. 공부를 할수록 확신이 들었어요. 누군가는 우리 문화가 깃든 제품들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걸요. 문화가 사라지는 국가의 최후가 밝을 수는 없으니까요.
- 아직까지 동아시아 생활용품은 생소한 느낌이 먼저 들어요. 사업을 안착시키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셨을 것 같은데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사업 초창기 2015년만 하더라도 동아시아 국가의 생활용품은 ‘사서 쓰지는 않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한국 제품은 올드하다하고 중국제품은 경덕진 백자나 이싱의 자사호(둘다 중국에서만 있는 재료로만 만들 수 있습니다)라 해도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이유 하나로 공격 받기 일쑤였거든요. 그런 편견을 깨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 다른 편집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들은 아니에요. 색깔이 확실하다고 할까요?
자체적으로 총 51가지의 기준이 있습니다. 동아시아 문화에 대한 적합성 평가를 통과한 제품에 한해 조형성, 실용성, 생산성, 시장성, 환경친화성으로 총5가지의 기준에서 2차 평가가 진행됩니다. 구체적인 기준은 영업비밀이라 밝혀드릴 수 없네요.
- 주력 제품군은 테이블웨어인데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 있나요?
서울번드는 온라인으로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은 배송이 가장 큰 고려요소죠. 택배 기준으로 제품을 셀렉하다 보니 테이블웨어가 많았어요. 서울번드는 사실 토탈 리빙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곧 가구 판매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유통플랫폼을 넘어 아티스트들의 교류 허브. 그리고 그 관계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디자이너와 유기 명장의 협업 프로젝트 ‘라륀’이 서울번드가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준 것 같아요.
맞아요. 말씀하셨듯이 브랜드 특성상 저희는 굉장히 많은 고객, 디자이너, 아티스트, 공예과들과 교류합니다. 함께 일하면 시너지를 창출할 분들을 연결시켜드리고 또 고객이 원하는 바를 직접 전달해드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제품들이 탄생했죠. 유기 명장 프로젝트 ‘라륀’처럼요. 머지않아 옻칠 숟가락 그리고 내열토기로 만들어진 온기 제품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사진제공=서울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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