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이 암호화폐, 4차 산업혁명 등을 앞다퉈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전통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도 암호화폐 사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하며 주주들을 유혹한다. 기존의 제조업에서 성장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의 사업 다각화로 볼 수도 있지만 주가 상승을 목적으로 기존 사업과 관련이 없는 신규 사업 추가는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풍제지(002870)는 최근 사업 다각화를 위해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팍스넷(038160)·버추얼텍(036620)·제이씨현시스템(033320)·민앤지(214180) 등도 블록체인·거래소 플랫폼 개발 및 운영 관련 사업, 채굴 사업 등 암호화폐와 관련된 사업을 새롭게 추가했다.
강력한 규제로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어느 정도 가라앉기는 했지만 정부는 거래소 폐쇄 여부 등에 대해 여전히 규제의 칼날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암호화폐 육성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분산 시스템을 통해 비용뿐 아니라 위조·변조·해킹의 위험을 현저하게 감소시키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정부 역시 육성 의지를 밝히고 있다. 낮은 거래처리 속도, 실용성, 확장성, 보안성을 비롯해 거버넌스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기업들은 암호화폐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로봇과 인공지능(AI) 같은 4차 산업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많다. 전자부품 제조업 회사인 크루셜텍(114120)은 질병 치료 수술로봇 및 의료기기 연구개발 및 판매를,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텔루스(196450)는 AI를 기반으로 한 정보제공 서비스업을, 아이크래프트(052460)는 AI를 이용한 정보자료처리 및 정보통신서비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늘리는 내용을 담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등과 같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라IMS(092460)·와이디온라인(052770)·바이오빌(065940)·램테크놀러지(171010)·핸즈코퍼레이션(143210)·금강철강(053260)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함께 인적·물적자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신규 사업목적 추가=사업 성공’의 등식이 성립하지 않음에도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데 있다. 실제 백판지 제조전문업체인 신풍제지, 전자부품 제조업 회사인 크루셜텍 등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의 관련성이 크지 않은 일부 기업들의 주가는 사업목적 추가 외 특별한 호재가 없었음에도 주가가 급등세를 타기도 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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