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변형석(가명) 씨는 아직 ‘011’ 번호를 쓰는 2G 피처폰 이용자다. 회사에서는 사내 메신저를 이용하고 퇴근 후에는 문자랑 음성통화로 지인들과 연락한다. 웹 검색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집에 있는 태블릿PC를 활용한다. 변 씨는 “2G폰 관련 요금이 가족결합 할인 등으로 월 2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현재 쓰고 있는 번호에 대한 애착 때문에라도 011번호를 유지할 계획이며 스마트폰을 쓰지 않아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매달 10만 명 가량 줄어들던 2G 가입자 수가 지난 2월 한 달간에는 5만 명만 줄어드는 등 2G 가입자 수 감소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2G에서 3G나 LTE로 교체할 만한 이들은 대부분 옮겨 간 반면 앞서 변 씨와 같이 ‘01X(011, 017 등)’에 애착이 강한 이용자들은 2G를 고수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내 01X 이용자는 90만 명 내외로 2G 가입자의 38% 수준이다.
다만 01X와 같은 번호 자원은 국가가 대여해준 것으로 엄밀히 따지면 이통사나 개인의 소유가 아닌데다, 2G 서비스 유지에 따른 비용을 3G나 LTE 가입자가 분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2G 종료를 고민해 볼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2G 가입자 수는 전월 대비 5만 명 줄어든 240만 명이다. 지난 9월의 경우 2G 가입자 수가 전월 대비 10만 명 줄어든 것을 비롯해 10월(8만명), 11월(9만명), 12월(8만명), 1월(10만명) 등과 비교하면 가입자 감소 둔화 경향이 눈에 띈다. 이 같은 추이라면 2G용 주파수 종료 시점인 2021년 6월에도 2G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2G 서비스 유지는 이통사에게 부담이다. 주파수 사용료와 망 관리 비용 등으로 연간 수천억 원이 드는 반면 관련 수익은 그 절반이 채 되지 않는 탓이다.
이 같은 구조는 고스란히 3G나 LTE 가입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정치권에서는 조(兆) 단위의 이통사 영업이익을 근거로 가계통신비 인하를 압박 중이다. 이 때문에 이통사들은 약정할인율 상향 같은 정부 시책에 따르거나 자체 요금 혜택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무엇보다 5G 망 구축에 본격 나설 경우 조 단위의 비용 지출이 예상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요금 인하 여력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반면 2G 종료에 따라 이통사 영업이익이 개선될 경우 3G나 LTE 요금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
물론 2G 종료 시 관련 가입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SK텔레콤(017670)과 LG유플러스(032640)는 재난문자 수신이 불가능한 2G폰 고객 60만여명을 대상으로 30만원 상당의 저가 스마트폰으로 무료 교체할 수 있는 행사를 6개월간 진행한다. 2G 가입자 줄이기가 본격화 될 경우 여타 2G 가입자에 대한 스마트폰 교체 지원 및 요금 인하 등이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01X 이용자들의 2G폰 유지성향이 강하다는 것과 010 번호 자원이 포화 상태라는 점에서 01X를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정부가 이동통신사업자에 부여한 010 번호 7,392만개 중 6,011만개(81.3%)가 사용 중이며 남은 번호는 1,381만개(18.7%)에 불과하다. 다만 정부는 앞서 01X에서 010으로 전환한 휴대전화 가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웨어러블 및 각종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부여할 회선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01X 불허 입장이 명확하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01X와 같은 번호는 국가에서 부여하는 번호자원인데다 관련 주파수 또한 국가가 할당해 주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2G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만 내세우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다만 2G 이용자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통신업체들이 힘을 모아 출구전략을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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