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중국 사업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꼬여 있던 그룹 현안에 대한 해결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 사업 부진은 롯데그룹에 실적 악화 등 경영 문제는 물론 지배구조와 경영권 분쟁, 그룹의 미래 전략에까지 악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30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의 문재인 대통령 예방을 계기로 한중 갈등 해소 가능성이 높아진 것과 관련, “정부 노력에 감사하며 어려움이 정상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던 ‘일부 사업 철수’라는 중국에 대한 기본 입장에 대해서는 바뀐 것이 없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후속 조처를 봐야겠지만 한중 갈등 관계가 해소된다면 분명 상황은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방침은 이전과 다르지 않으며 선양·청두의 복합개발사업도 여전히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중국 사업 매각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 경영 환경이 개선돼도 지난 1년여간 악화됐던 이미지를 회복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전으로 되돌아가기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매각을 보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을 한 번 겪어본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언제든 비슷한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매각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상황이 개선됐음에도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롯데 관계자 역시 “지금은 롯데마트 매각 중단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상황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롯데에 중국 사업의 부진은 단순한 실적 악화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당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뇌물죄를 인정받아 인신이 구속된 상황에서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분쟁에서도 중국 사업 정상화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중국 사업의 부진을 집요하게 공략해왔다. 오는 6월 예정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 총회에서도 이런 입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한중 관계 개선은 롯데 중국 사업이 결국 경영진보다는 양국 관계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신 회장의 약점이었던 중국 사업 부진의 책임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안정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초 롯데그룹은 지난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연초 사드 보복에 따른 면세점과 호텔 실적 악화가 우려되면서 상장 시기를 특정하지 못했다. 실적 악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상장은 주주에게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중 관계가 정상화돼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 방문이 재개되면 호텔롯데의 실적도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면 올해는 어렵더라도 내년 상장은 가능할 것”이라며 “그룹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신 회장이 조기에 복귀하게 되면 상장 작업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드 보복 이후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하던 롯데그룹의 해외 전략도 다소 변화가 예상된다. 이전에도 롯데그룹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와 미얀마·라오스 등 동남아 지역에 관심이 많았지만 지난해부터는 예전보다 무게를 더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 롯데그룹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살림그룹과 합작법인 ‘인도롯데’를 설립하고 현지 온라인쇼핑몰 ‘아이롯데’를 공식 오픈했다. 또 롯데면세점은 올해 베트남 다낭·냐짱 공항점 등 동남아시아에서만 4곳의 점포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나프타분해시설(NCC) 등 석유화학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의 한 임원은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안정적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고 동남아 지역에서는 사업을 더 확장 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예전 중국 사업 전략의 수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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