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6일 미국에서 막 귀국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25% 관세를 부과하려는 미국의 제재에서 한국을 빼낸 데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하지만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코앞에 닥친 위기를 피하느라 그 이상을 내줬다는 불만이 새어나온다.
강관 업체의 비판이 특히 거세다. 강관 수출에 대한 쿼터는 지난해의 51%인 104만톤. 기준물량을 초과하더라도 추가 관세를 부담하면 수출할 수 있는 저율관세할당과 다르다. 쿼터를 넘어서는 물량은 원칙적으로 미국 땅에 들어설 수 없다. 업계가 아쉬운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강관 업계는 장기적으로 미국 내 강관 가격이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내 인프라 수요가 늘면서 강관 수요도 함께 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업체들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강관제품 가격은 미국산보다 평균 15% 정도 낮다. 하지만 강관에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시장가격보다 10% 정도 높다. 미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인한 강관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그 차이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쿼터 적용기한이 명시되지 않아 언제 다시 미국에 수출할 수 있을지 몰라 업계는 더 답답해하고 있다.
협상을 조기에 매듭지은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크다. 미국이 타 국가 간의 관세 면제 협상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오는 5월까지 조금 더 협상을 이어나가며 최소한 저율관세할당제라도 따내야 했다는 지적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이 어떻게든 지난해 철강 수입의 63% 정도로 수입량을 맞추려 해 다른 국가들이 협상장을 빠져나간 뒤 협상하면 불리하다”면서도 “협상 종료까지 한 달 이상이 남았는데도 황급히 협상을 매듭지은 것은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가는 일본 등 다른 국가와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미국은 한국 철강 개별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정교한 ‘저격총’을 여전히 갖고 있다. 업계는 불합리한 가용정보조항(AFA)이 통상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 AFA는 조사 대상이 답변을 성실하게 하지 않았을 때 상무부가 자의적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항이다. 232조에서 봐주는 척하고 개별 철강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 미국은 명분과 실리를 다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협상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는 어떤 확답도 듣지 못하고 돌아왔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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