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이제 철강만 만드는 곳이 아닙니다. 소재기업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지난달 3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철강을 넘어 미래 활로를 찾겠다. 50년 뒤 매출 500조 원을 달성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에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로 수출 장벽이 높아지고, 자동차·조선 같은 국내 핵심 수요 산업마저 성장세가 꺾이면서 철강만으로 활로를 뚫기 쉽진 않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가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신전략을 꺼내 든 이유다. 권 회장은 “올해 잡아둔 투자금액 4조 2,0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2조5,000억원을 신산업에 투자할 것”이라며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권 회장이 첫손에 꼽은 건 리튬이온전지 사업이다. 자동차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바뀌면서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이 기대되고 있어서다. 전기차용 배터리인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재 시장은 지난 2016년 연 21만톤에서 2020년 86만톤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시장 선점을 위해 리튬 확보에 나섰다. 전기차용 배터리인 리튬이온전지는 양극재(배터리의 양극을 이루는 부분)와 음극재(음극), 분리막 등으로 구성된다. 양극재의 기본 원료로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과 함께 핵심 원료로 쓰이는 게 리튬. 권 회장은 “그간의 자원 사업 실패를 돌아보면 관련 기술 개발이 없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자원 확보에만 나선 게 화근이었다”며 “원자재에서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은 90% 정도 완성한 상태고, 2~3년 내에 100% 도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포스코는 오는 2030년까지 리튬 14만톤 양산과 매출 2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튬뿐만 아니라 양극재와 음극재도 만들 예정이다. 권 회장은 “리튬·니켈·코발트 모두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양극재도 생산할 수 있다”며 “자회사인 포스켐텍이 이미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만들고 있는 만큼 리튬이온 배터리에 필요한 핵심 소재 공급 사업 전반을 포스코가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미국·캐나다·중국 등과의 리튬 확보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지난달 삼성SDI와 컨소시엄을 이뤄 세계 최대 리튬 생산 국가인 칠레로부터 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포스코가 양극재 생산에서 주도권을 잡는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포스코는 오는 2021년부터 연산 3,200톤 규모 전기차용 고용량 양극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앞서 올 1월에는 중국 화유코발트사와 2020년부터 연간 4,600톤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에너지 부문 성장도 기대된다. 권 회장은 “포스코대우가 미얀마 가스전 개발에 성공하면서 상당히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며 “앞으로 자원 탐사를 통해 생산만 하는 게 아니라 밸류체인을 따라가면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이 최근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가스 생산에서부터 무역·수입터미널·배관·전력생산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완성할 것이라는 목표를 내세운 것과 같은 맥락이다. 권 회장은 “광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확장해 동북아시아 에너지 허브로 육성하고 자원을 사고파는 역할을 전담할 트레이딩 회사를 추가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공정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플랫폼’ 판매에도 적극 나선다. 포스코는 2년 전부터 기존 공정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미 2년 전 포항제철소 제2고로에 적용한 이후 광양제철소 등 다른 공장에도 관련 기술을 확대 적용 중이다. 포스코는 이를 표준화해 철강 외 제조업 공장에도 적용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표준화된 모델을 상품화하면 에너지 분야에서는 발전 효율을, 건설 부문에서는 시공 품질을 높이고, 화공 분야에서는 공정의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 회장은 “스마트 플랫폼 관련 투자 거리가 나오면 5조가 됐건 6조가 됐건 과감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의 마지막 카드는 4차 산업혁명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바이오다. 다만 오랜 시간이 걸리고 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은 신약 제조 분야 진출은 배제하고 있다. 권 회장은 “포항공대의 건강 진단 기술에 각종 검진 장비를 접목하면 디지털 헬스케어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항=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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