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낸드플래시 제조업체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 매각이 결국 당초 예정된 시한을 넘겼다. 중국 반독점 당국이 매각을 승인하지 않은 결과로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의도적 견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업계는 매각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타당한 근거 없이 중국 정부만 매각에 최종 반대했다간 각국의 비난은 물론 시장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승인이 이달 말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독점 당국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이끄는 한미일 연합에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하는 방안을 지난달 30일까지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까지 도시바 메모리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던 한미일 연합의 계획이 어그러진 셈이다. 한미일 연합에는 한국의 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해 베인캐피털 등이 포함돼 있다. 도시바 메모리를 최종 인수하기 위해서는 각국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일본·유럽연합(EU)·브라질·필리핀·대만 등 7개국으로부터 모두 승인을 받았지만 중국 당국의 심사만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몽니’가 작용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낸드플래시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도시바 메모리가 한미일 연합에 넘어갈 경우 자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에 부정적 영향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15%에 못 미치는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70%로 끌어 올리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당장은 시간을 끌며 도시바에 기술협력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만간 승인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은 2차 매각 시한을 오는 5월1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맞추려면 4월13일까지 중국의 승인이 필요한 것으로 외신은 보고 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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