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경영진이 최근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아 희망퇴직 실시를 통보했다고 합니다. 내년 이후 조선 시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나친 인력 구조조정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상용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현대중공업이 근속 10년 이상 사무직과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통상임금 기준 최대 20개월치 임금과 자녀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또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의 일종인 조기정년 선택제도 실시합니다.
현대중공업이 밝힌 희망퇴직 실시의 배경은 유휴인력 발생과 해양플랜트의 수주 잔고 ‘0’가 표면적인 이유입니다. 해양플랜트 부문의 경우 현재 3,600명이 근무하지만 올 7월 인도 예정인 플랜트를 제외하면 수주가 ‘0’ 입니다. 최근 선박 수주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내년 이후에는 조선업 시황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의 해양플랜트 수주 부진을 명분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3,500명이나 되는 임직원을 떠나보냈고 유상증자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78% 수준까지 낮춰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했습니다. 또 지난 해 9월 주채권 은행과 합의한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 계획을 100% 달성하고 하이투자증권 등을 매각해 체질 개선 작업을 추진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추가적인 희망퇴직 추진이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현대중공업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게 대표이사 사장 명의의 공문을 발송해 “현대중공업 직원에 대한 스카우트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결국 현대중공업의 요청에 의해 조선업계는 무분별한 인력 스카우트를 막기 위한 고용질서 확립 확약서도 제출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상황에서는 대규모인력 구조조정도 모자라 추가적인 인력 감원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특히 해양수산부가 오늘 해운 산업 재건을 위해 향후 3년간 200척 이상의 신조 발주 투자를 지원한다고 발표하면서 조선산업의 수주가 기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10년 앞을 내다보는 경영은 커녕 불과 2~3년 후의 경영상황도 예측하지 못하는 현대중공업 경영진의 천수답 경영이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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