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행법상 호출료 기준 적용 대상은 택시 기사·사업자로 한정돼 있어 택시 호출·중개만 해주는 카카오T가 서비스료를 기준치 이상으로 받더라도 정부로서는 제재할 수단이 없다. 국토교통부는 가능한 한 빨리 법을 고쳐 제도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입장이지만 제도적 공백은 불가피하다. 카카오T 측은 서비스료를 조정할 여지는 열어두되 유료화 서비스는 그대로 출시한다는 입장이다.
6일 국토교통부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부분 유료화와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T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우선 호출’·‘즉시 배차’ 등 유료 택시호출 서비스를 올 상반기 내 도입하겠다고 밝힌 뒤 국토부에 의견을 요청한 바 있다.
‘우선 호출’은 AI 기반 분석을 통해 배차 성공 확률이 높은 택시를 먼저 호출하는 기능이다. ‘즉시 배차’는 여기서 더 나아가 주변의 빈 택시를 바로 잡아준다. 택시기사는 선택할 권한 없이 강제로 배차가 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우선 호출’ 서비스료는 2,000~3,000원, ‘즉시 배차’는 이보다 높은 4,000~5,000원 수준으로 책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토부가 여기에 제동을 걸었다. 국토부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서비스는 기존의 전화나 앱을 활용한 호출서비스와 기본적으로 유사한 성격”이라며 “현행 법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고시한 호출수수료의 범위와 기준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택시호출료를 1,000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심야(자정~오전 4시)에만 2,000원을 받도록 하고 있다.
국토부는 카카오T 유료서비스가 시작되면 출·퇴근 시간대나 늦은 밤처럼 택시가 부족한 시간대에는 사실상 유료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택시를 탈 수 있게 돼 실질적으로 택시요금이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택시는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지자체가 요금을 규제하는 현행법 취지를 고려할 때 호출 이용료로 요금인상 효과가 발생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유료화 계획 9개월 만에 법적 근거·제재 수단 없는 권고만…‘늑장 대응’ 지적도
결국 이번 조치는 새로운 택시 호출 서비스를 옛 법의 틀로 규제하는 셈이 됐다. 그러다 보니 카카오T가 국토부 권고에 따르지 않고 1,000원 이상의 서비스료를 받아도 정부로서는 제재할 수단이 없다. 현행법은 카카오T와 같은 새로운 택시 호출·중개사업에 대해선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호출료를 택시 기사가 받는다면 현행법을 적용받지만 카카오T 서비스료는 플랫폼 사업자가 받는 것이라 현행법에 따라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며 “카카오T가 지자체 규정을 초과해서 서비스료를 받더라도 현행법 위반이 아니라서 제재할 수단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카오T가 당초 계획대로 강행할 경우 정부가 행정지도를 통해 제재할 가능성은 있다. 지난 2015년에도 티맵 택시가 추가금 설정을 추진하자 서울시는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행정지도를 내려 기능을 삭제토록 한 전례가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도 그 사례를 참고해서 권고했다”며 “카카오T가 적절하게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늑장 대응’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T가 유료화 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6월 말로, 국토부로서는 관련 법을 현실화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9개월이나 지나 서비스 출시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야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만 내놨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료 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은 것이 지난달 29일”이라며 “최대한 빨리 다음 주 중에라도 개정안을 만들어 법을 고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이 개정되면 유상으로 택시 호출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개정 법률을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오는 9일 유료 서비스 출시 일정을 발표한다. 서비스 가격 조정을 검토하되 출시는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당초 지난달 말 카카오T 유료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국토부의 부정적 의견에 따라 출시를 늦췄다.
카카오T 측은 이날 “국토부 의견을 바탕으로 우려하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술·정책적 방안을 반영할 것”이라며 “국토부에서 준비하는 관련법 개정 논의 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빈난새기자·지민구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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