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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플랫폼 전쟁에 속타는 주유소

카페·편의점·패스트푸드점 연계

토털서비스로 고객몰이 나섰지만

일선 주유소 "시설투자 큰 부담"

손 놓자니 경쟁력 떨어질까 고민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을 만드는 것이 주유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보다 잘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니 투자하기도 망설여지고. 그렇다고 하지 않으면 다른 주유소들과 경쟁에서 또 뒤처질 듯하니 걱정입니다.”(경기도 가평군 E 주유소)

정유사들이 포화상태인 주유소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새로운 ‘플랫폼’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자영 주유소들은 정유업계의 혁신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쟁 심화로 눈앞의 손익이 급한 상황에서 시설 투자에 다시 돈을 써야 하고 이 때문에 주유소 간 경쟁이 더욱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정유사들이 주유소 플랫폼 혁신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SK에너지는 전국의 SK주유소를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의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고객과 물류기업을 잇는 지역 물류거점으로 바꾸기로 했다. SK네트웍스(001740) 역시 새로 선보인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모스트(MOST)’를 바탕으로 주유소를 전기차와 공유경제 차량의 주차와 대여, 식당과 편의시설을 결합한 토털서비스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며 GS칼텍스도 현재 커넥티드카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주유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고급 카페와 편의점이 결합한 주유소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정유사를 중심으로 주유소 플랫폼 혁신이 적극적으로 검토되는 상황과는 달리 정작 일선 주유소들은 걱정이 먼저 앞서는 모습이다. 경쟁 심화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수익구조가 악화한 상황에서 플랫폼 개선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2014년 기준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1.8%에 불과하며 주유소협회가 2012년 회원 주유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영업이익률도 1.02%에 그쳤다. 폐업하는 주유소도 계속 늘고 있다. 2010년 1만3,000개를 넘어섰던 주유소는 해마다 100~200개씩 사라져 올해 3월 말 현재 1만1,700여개까지 줄었다. 관악구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편의점이나 카센터 등이 결합한 복합주유소로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실제로 영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주유소마다 모두 다를 것”이라며 “그 돈으로 서비스를 더 제공하는 것이 당장 영업에는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주유소 업계 분위기는 최근 정부가 진행했던 전기차 충전기 보급사업 신청 결과만 봐도 쉽게 나타난다. 정부가 전기차 급속 충전기 설치비용의 절반(2,000만원)을 지원하면서 200곳을 목표로 주유소·편의점 등 민간사업자들의 지원을 받았지만 정작 가장 적합한 주유소는 20여 곳만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 년 후 전기차 충전소 사업이 도움될지 모르지만 당장은 몇 대 되지 않는 전기차 때문에 2,000만원을 투자하기도 아깝다는 말 아니겠느냐”며 “주유소의 어려움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정유업계의 플랫폼 혁신을 두 손 놓고 바라보기만 할 수 없다는 것이 일선 주유소들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지점이다. 정유업계의 혁신 플랫폼은 결국 정유사의 직영 주유소부터 시작할 텐데 그렇게 될 경우 자영 주유소 입장에서는 경쟁력 악화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의 플랫폼 개선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선 주유소의 이 같은 우려를 먼저 줄이는 방안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플랫폼 개선 사업은 정유사 지원도 일부 있겠지만 결국 이익을 보는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주유소 업계 상황이 좋지 않아 사장님들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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