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성장을 견인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호황이 내년 하반기부터 하향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사전대비가 필요하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구조가 상대적으로 간단해 대량생산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보다는 고급 인력에 기반한 기술집약적 산업인 비메모리반도체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한은은 ‘세계반도체 시장 호황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2016년 하반기 이후 D램 메모리 반도체 주도의 호황 국면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갈 전망”이라며 “내년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세가 다소 둔화되면 경기변동에 순응적인 D램 수요 증가세가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는 4,122억 달러로 전년대비 22%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전년대비 37.3% 상승하고 매출은 64.3% 증가했다. 메모리반도체가 반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한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중에서도 D램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의 D램 수요 증가와 일부 반도체 업체들의 공정 업그레이드에 따른 일시적 공급 감소가 겹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선진국 경제성장세가 둔화되고, 올 하반기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부품 국산화 완료와 국내 업체의 공장 준공 등이 마무리되면 호황국면도 끝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비롯해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수요가 꾸준히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30.1%, 비메모리 69.9%로 양분돼 있으며, 메모리반도체의 58.7%는 D램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높고, 그 중에서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지나치게 편중돼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의 17.0%(2017년 기준), 설비투자의 20.2%(2016.2분기~2017년 2분기)를 차지한다. 고급인력에 기반한 기술집약적 다품종소량생산 체제인 비메모리와 달리 메모리 반도체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필요로 한다.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끝나 생산량이 줄어들면 수출뿐 아니라 설비투자 타격도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한은은 국내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고 경기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투자 확대와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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