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신탁사는 차입형 토지신탁 중심의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등 4곳과 금융계열사 2곳 (KB부동산신탁, 하나자산신탁) 나머지는 5개사(생보, 무궁화, 코리아, 국제, 아시아)등 11곳이다. 자금력에서 열세인 중소형사 5곳은 담보·분양관리 등 비토지신탁과 같은 안정적인 사업이 주력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계열사 2곳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KB부동산신탁의 지난 1·4분기 영업실적이 업계 선두로 올라섰다. 하나자산신탁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예년과 다른 적극적인 영업의 결과였다.
반면 중소형 신탁사자 주로 취급하는 비토지신탁(담보, 관리, 처분, 분양 관리 등)의 경우 부동산 시장 호조에도 불구하고 시장 확대가 둔화되는 상황이다. 전체 부동산신탁사의 비토지신탁 수탁고는 2009년 107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기준 121조 4,000억원으로 연평균 1.8% 성장에 그쳤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탁수수료율도 크게 떨어졌다. 분양관리 신탁의 경우 2016년만 해도 매출액 대비 0.3% 안팎이었으나 지난해에는 0.1% 안팎으로 내렸다. 담보신탁 수수료 역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형 신탁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생보신탁 매입과 신규 인가를 통해 새로 진입한 대형 금융사들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신탁업 진입의 잠재 후보군은 신한, NH 등 금융지주사들과 한국투자, 미래에셋, KTB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이다. 은행·증권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PF)시 담보 및 관리 신탁을 계열 부동산 신탁사로 유도할 수 있다. 과거의 사례로 보면 설립 초기에는 토지신탁을 불허하고 비토지신탁만 허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비토지신탁을 주로 하는 중소형사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대형 신탁사의 한 임원은 “신규 진입 신탁사들이 대형 은행 및 증권의 자회사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대주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다른 신탁사들이 해왔던 일감을 가져가게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중소형 신탁사들은 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특히 중소형 신탁사들의 반발이 거센 이유다. 대형 금융사계열의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시장 교란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중소형 신탁사 고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업만 해도 새로운 시장이 창출하거나 메기 효과를 일으켜 소비자의 편익을 늘릴 수 있다”며 “이와 달리 부동산 신탁업은 업의 특성상 기존의 한정된 시장을 나눠 먹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과연 이런 상황에서 신규사업자 인가는 대형사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신규 신탁사 진입은 기존 인력의 연쇄 이동을 일으켜 중소형 신탁사의 구인난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한 부동산신탁사 경영기획실장은 “신설 회사가 진입하면 전체 임직원 수가 1,600여 명에 불과한 신탁업계에 서 최소 3~5년 이상의 경력자에 대한 대규모 스카웃전이 일어날 수 있다”며 “우수 인력들이 대거 대형사 위주로 이동하면 중소형 신탁사의 인력난이 커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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