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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판매장려금 공개 안하면 유명무실

방통위 내달 출고가 비교공시

국가마다 세금 유통구조 등 달라

일률적 비교 한계..."실효성 의문"

제조사 자료제출 지원금 규모 줄여

유통망 판매장려금 늘릴 가능성도





정부가 100만원대를 훌쩍 뛰어 넘는 스마트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다음달부터 소비자들이 한눈에 국내외 제조사별 출고가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하지만 각 국가별로 시장 상황이나 통신정책이 서로 달라 ‘반쪽 효과’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실제로 휴대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제조사 판매장려금 자료 제출 의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5월부터 미국과 독일,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0개국 안팎의 휴대폰 출고가를 비교 공개한다.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애플 등의 제조사가 대상이며 국내 수요가 적은 화웨이, 소니, 샤오미 등은 제외된다. 정부는 국내외 비교를 통해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제조업계에선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각 나라마다 세금과 시장 상황, 통신사 정책 등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출고가 안에 포함돼 있는 제조사들의 판매 장려금과 지원금이 공개돼야 단말기 가격 거품을 빼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휴대폰 제조사의 장려금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지원금과 휴대폰 유통점에 주는 판매장려금으로 나뉜다. 정부가 추진하는 ‘분리공시제’는 이 중 구매자에게 주는 지원금을 이동통신사의 보조금과 함께 공개하도록 규정한 제도다.



이에 따라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더라도 제조사는 공개 의무가 생긴 지원금 규모를 줄이고 대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유통망 판매장려금을 늘리는 방법을 이용하면 된다. 소비자단체들이 출고가를 낮추려면 분리공시제에서 규정한 지원금뿐만 아니라 제조사 판매장려금까지 공개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제조사들의 판매장려금 자료 제출 의무는 지난 2014년 10월 1일부터 3년 한시로 시행돼 지난해 9월 30일 일몰됐다. 그 당시 2014년 10월부터 9개월간 제조사들이 약 8,000억원에 달하는 판매장려금을 유통점에 지급했다는 자료가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몰 직전인 지난해 9월 ‘보조금 대란’ 우려가 나오면서 자료 제출 의무를 계속 유지하는 내용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 발의)’ 개정안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파행으로 결국 무산됐다. 당시 관련 내용을 담은 단통법 검토보고서에선 “규제 당국이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조업자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는 근거를 상시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달 임시국회에서도 분리공시제와 함께 제조사 판매장려금 제출 의무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발의된 단통법 개정안중 일부는 판매장려금 규모를 정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규정하거나 아예 판매장려금까지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다 방송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립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변수로 꼽힌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단통법 등 주요 법안들을 심사해야 한다는 점은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상황에선 언제 법안소위가 열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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