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동조합이 직원들의 점심시간 1시간 일괄적용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에서는 창구 직원들의 경우 고객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는 20~30분 만에 끼니를 해결하고 바로 업무에 투입돼 쉬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점심시간 1시간은 업무를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공식 업무시간이 오전9시부터 오후4시까지인데 1시간씩이나 업무가 중단되면 급한 업무를 봐야 하는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오는 12일 사측과 상견례를 겸한 올해 첫 산별교섭 때 ‘점심시간 일괄적용’을 요구할 방침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교대로 점심시간을 이용하다 보니 상당수 행원이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며 “오후1~2시 등 특정 시간대에는 진료하지 않는 병원처럼 은행도 점심시간을 통일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으로 정한 휴게 시간을 제대로 보장 받자는 취지다. 실제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 시간 (점심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 같은 법 조항이 엄격히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1시간 미만의 점심시간이 지속돼도 기업 측에서 공식적으로 1시간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면 법 위반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선 영업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점심시간 3교대로 운영되지만 실제 식사시간은 20분 정도가 고작”이라며 “다른 교대 직원들의 눈치도 있어 1시간을 꽉 채워 쉬는 것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은행권 노조는 ‘점심시간 일괄적용’을 20여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러나 매번 ‘공적 기능을 가진 서비스 영역’이라는 은행의 특성과 고객 반발 우려 때문에 노사가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실제 IBK기업은행의 경우 내부적으로도 노사가 지난해 말 ‘점심시간 PC 오프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시스템 개발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측 관계자는 “은행 업무 특성상 1시간 동안 업무 공백이 생기면 고객들의 불편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 잔금 지불 등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경우 1시간이나 공백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일부에서는 오전9시부터 4시까지 정해진 은행 업무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에서 노조가 점심시간 1시간 일괄적용 카드를 꺼낸 것은 협상주도권을 쥐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행원 복리를 위한다지만 고객 불편을 유발하는 결정은 쉽게 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알면서도 다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취하기 위한 카드라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시간을 피해) 오후1시 이후로 점심시간을 일괄 정하고 쉬면 된다고는 하지만 셔터 자체를 닫을 생각이면 은행 영업시간 연장 얘기도 나오게 될 것”이라며 “고객불편을 담보로 한 결정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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