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정우현(35)씨는 최근 BMW 520D 모델을 살지 고민하고 있다. 5시리즈의 기본 모델 가격은 약 6,300만원. M스포츠패키지와 4륜 모델인 X드라이브 등을 더하면 7,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최근 BMW가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할인 프로모션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딜러사가 1,000만원 할인 행사와 할부 프로그램을 동원해 지난해 구입한 국산 준대형 세단을 판 돈으로 선수금 2,000만~2,500만원을 넣고 나머지 차량 가격의 30%를 유예해 48개월 할부 기준 월 납입료를 40만원대로 제시했다. 단 4년이 지나면 남은 유예금 2,000만원에 대한 할부를 연장하거나 완납해야 한다. 정씨는 “솔직히 월 납입료는 부담스럽지 않다”며 “4년 후 유예금 완납이 문제인데 사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정씨는 4년 후 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면 2,000만원 이상 빚을 지거나 차를 팔아야 한다.
실제로 수입차 회사의 자동차금융 자회사들의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 10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연체율은 지난 2014년 0.8%에서 지난해 1.1%로 뛰었다. 한 달 이상 연체된 금액은 2014년 189억원에서 지난해 9월 기준 399억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특히 같은 기간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자산 금액은 124억원에서 959억원으로 8배 폭증했다. 1~3개월가량 연체된 요주의자산 금액도 2014년 142억원에서 지난해 1,066억원으로 뛰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차량 구매자에게 금융을 제공하는 폭스바겐파이낸셜의 연체율도 2016년 0.5%에서 지난해 0.7%로 뛰었다. 한 달 이상 연체자산은 2012년 10억원에서 지난해 1·4분기 기준 114억원으로 뛴 상황이다. 연체율을 들여다볼 수 있는 주요 수입차 자동차금융 자회사 가운데 연체율이 낮아진 곳은 벤츠파이낸셜 정도다.
업계는 최근 몇 년간 20~30대들이 과도한 할부금융으로 차를 사면서 이 같은 부실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젊은 고객들이 선호하는 BMW·아우디와 달리 연령층이 높고 자산가가 선호하는 벤츠의 자동차금융 자회사 연체율은 되레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2016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대(27%)와 30대(26%)의 수입차 구매 증가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수입 자동차금융 회사 관계자는 “각사의 영업비밀이지만 벤츠의 경우 고객들이 할부를 끼고 차를 사는 비율이 50% 수준”이라며 “하지만 20~30대가 선호하는 BMW와 아우디 등은 할부를 이용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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