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의 여파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자영업자 대출은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3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개인사업자(자영업자) 은행대출 잔액은 295조6,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2조9,000억원 늘었다. 개인사업자 은행대출 증가액은 작년 11월 3조2,000억원 이후 최대다.
올해 1분기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은 6조8,000억원이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1분기 기준으론 역대 최대였다.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는 일부 은행들이 정책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 영향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이 분기 말 영업 확대 노력을 지속하면서 중소기업 등 자영업자 대출이 늘었다”며 “작년부터 자영업자 대출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계대출 규제 정책에 따른 풍선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영업자들은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대출을 받을 뿐 아니라 사업자 개인 자격으로도 가계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 차주 가운데 가계대출을 동시에 받았다는 경우는 81%에 달했다. 그러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돈줄이 막히자 사업자 명의 대출을 늘렸다는 것이다. 실제 가계대출 현황을 보여주는 가계신용 증가율(전년 대비)은 2016년 11.6%에서 2017년 8.1%로 꺾였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도 2016년 10.8%에서 지난해 8.3%로 줄어들었다.
반면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증가율은 2016년 9.3%에서 작년 10.7%로 나타났다. 올해는 작년보다도 증가 속도가 더 빠른 셈이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1.2%이다. 금융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에 우려를 표하며 “자영업자 부채 상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신용카드 매출 정보 활용 등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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