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대한항공(003490)과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가가 12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35)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의 ‘갑질’ 의혹까지 겹치며 오너 리스크에 휘청거렸다.
이날 대한항공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350원(6.55%) 내린 3만3,550원에, 한진칼은 1,500원(6.42%) 내린 2만1,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한항공 주가 하락의 1차 원인은 시리아 사태 영향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이다. 미국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리아 정권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예고하고 시리아를 지원하는 러시아가 요격 방침을 밝히면서 중동 지역의 위기감이 고조되며 국제유가가 최근 3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배럴당 1.31달러(2%) 상승한 66.70달러에, 영국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2달러(1.4%) 뛴 72.0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 같은 악재는 한중관계 개선으로 중국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고 중국 노선의 신규 개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으로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항공주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유가 상승 영향으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각각 26억원, 88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주식을 팔아치우며 이달 들어 이어오던 순매수 행렬을 마감했다.
여기에 이번 조 전무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난 2014년 ‘땅콩 회항’에 이어 오너가(家) 리스크가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연쇄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날 광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조 전무는 대한항공의 광고를 대행하는 한 업체와의 회의 자리에서 해당 업체 광고팀장 A씨가 대한항공 영국편 광고와 관련된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질책했고 이 과정에서 A씨를 향해 물을 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광고대행사가 대한항공 측에 오히려 사과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4년 12월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은 이륙 준비 중이던 여객기를 램프 리턴하도록 지시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재판을 받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당시 이 사건은 ‘땅콩 회항’으로 불리며 큰 물의를 일으켰고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주가 역시 된서리를 맞았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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