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번 원가 공개 판결이 곧바로 이통사의 자발적인 요금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요금 원가가 요금이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다”라며 “이동통신요금은 통신 산업의 특성을 비롯해 기존 요금제와의 비교, 타 이통사와의 경쟁상황, 이용자 수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정부가 요금 인하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하에는 정부가 이통사 요금 설정권한이 없는데다 관련 법 개정 또한 ‘기업 경영자율권 침해’를 이유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통신요금 원가 공개에 발맞춰 통신비 일부에 포함된 ‘준조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한 해 동안만 주파수 할당 대가로 8,442억원의 수익을 거둬들였으며 전파사용료 수익 또한 2,6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를 단순 계산할 경우 국내 휴대폰 가입자 6,000만명이 월 1,700원가량을 정부에 준조세로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복지정책 확대에 따른 예산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이라 전파사용료 및 주파수 할당 대가 인하 여력이 많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오히려 오는 6월 시작되는 5G 주파수 경매와 관련해 최대 10조원의 추가 세수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원가 항목이 세세히 공개될 경우 정부가 통신요금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돼 조세저항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신비 원가 공개가 이통사 수익뿐 아니라 정부 세수 확보에도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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