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팡(FAANG) 쇼크에 정보기술(IT) 업종 전반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약해지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중국 소비주와 바이오주가 IT주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소비주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경색됐던 한중 관계 회복이라는 호재를 맞았다. 바이오주는 장기 성장성에 더해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로 시장의 주목을 받는 중이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대형 IT주의 경우 미국과 달리 하드웨어 반도체 기업이라 실적을 기반으로 팡 쇼크 악재를 비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주가는 250만원 벽을 쉽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연초 대비로도 주가는 하락한 상태고, 지난 1월31일 액면분할 소식에 장 중 급등하며 기록한 최고가(270만7,000원)와 비교하면 10% 가량 낮은 수준이다. 역대 최고 실적에도 좀처럼 상승 흐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큰 손인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올해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 원인으로 꼽힌다. 외국인과 기관은 올해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팔아치우면서 각각 2조 8,296억원, 1조 4,353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은 4월 들어 삼성전자 주식 5,140억원을 팔아치우면서 매도 속도를 높이고 있는데 이는 최근 글로벌 증시를 강타한 팡 쇼크로 국내 IT주에까지 불안감이 확대된 탓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IT를 대표하는 SK하이닉스는 12일까지 올해 들어 주가가 9.8% 오르면서 삼성전자보다 순항하고 있지만 향후 상황을 낙관할 수준은 아니다.
팡 쇼크의 충격이 덜 하고 앞으로 상승세가 예상되는 업종으로는 중국 소비주들이 꼽힌다. 화장품, 면세점, 백화점 업종이 대표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적극적인 사드 문제 해결을 약속하면서 분위기가 반전을 맞았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예상보다 한·중 관계가 빠르게 정상화 과정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5~6월을 기점으로 사드 규제가 완전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2·4분기부터 관련주 실적이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인바운드 관광객 회복이 기대감으로 다가오면서 2·4분기부터 화장품 업종 실적이 개선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화장품 대장주인 LG생활건강(051900)을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이외에 시장 전문가들은 호텔신라(008770)·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027390)(면세점), 롯데쇼핑(023530)·신세계(004170)(백화점), 하나투어(039130)·모두투어(080160)(여행) 등을 추천했다.
최근 무역 분쟁으로 글로벌 증시에 악재를 낳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화해 국면을 맞은 것도 중국 소비주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지난 10일 보아오 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형태의 계획안을 발표했는데 이는 양국이 분쟁보다 협상으로 방향성을 잡아가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결국 중국의 수입 및 서비스 시장 개방 쪽으로 협상을 진행해 갈 것이며 이는 중국 소비시장에 대한 관심을 재고시킨다”며 “특히 2·4분기와 3·4분기는 작년 사드 보복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는 시점이라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도 팡 쇼크와 상관 없이 상승이 전망되는 업종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국내 바이오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2일 기준 올해만 주가가 50% 넘게 오르면서 급등하고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의 출시로 바이오 기업들의 시장 수급도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로 향후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주가가 더 긍정적일 전망”이라며 “코스닥벤처펀드에서 투자 가능한 업체는 총 576개 종목인데 이 중에서 96개의 업체가 제약/바이오 섹터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IT 대장주들은 하드웨어 반도체 기업으로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정보기술 기업들과 성격이 달라 현재의 쇼크가 일시적일 것으로 보는 전망도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호황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갱신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4분기 잠정실적에서 나타났듯 삼성전자의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현재진행형”이라며 목표주가를 330만원으로 유지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상승에 따라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시장 우려와 달리 반도체는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 예상 실적 대비 삼성전자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이 7.2배로 작년(9.4배)보다 더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환율에 대해서는 국내 IT주에 불리한 흐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달러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원화 강세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IT 업종을 매도하는 것은 환율 변동성 때문”이라며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IT주 주가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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