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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팔리는 중고차는 없다"...상태 좋은 SUV 시작부터 '초록불'

■SK엔카직영 오산 경매장 가보니

가격보다 긁힘 등 차량상태 중요

수출업자들은 도색에 관심 보여

중동 경매상 한번에 수십대 구입

"인지도 높은 현대차 우선 순위"

車팔땐 수요 몰리는 1~2월 좋고

살때는 연식 끝물 10~12월 적당

중고차 매매시기 꿀팁도 소개





매주 목요일 수 백대의 중고차가 경매에 부쳐지는 SK엔카직영 경기도 오산 직영 경매장. 지난 12일 12시께 오산 경매장 1층에 마련된 딜러 휴게실에 들어서자 ‘기도실(Prayer Room)’이 눈에 들어왔다. 곧 근육질의 중동사람이 직원 두 명과 함께 휴게실로 들어왔다. 영어로 “어디 나라에서 왔나요(Where are you from)?”라고 문자 한국어로 “나? 이집트”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브라함 아워드 ‘알-이만 트레이딩(AL-EMAN TRADING)’ 대표는 인천 연수구에 자리 잡고 한국서 7년째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브라함 대표는 “특히 최근 몇 년 간 일이 더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그가 한 번 경매에서 사가는 차량만 30~40 여대. 그는 “주로 리비아와 이집트로 한국 중고차를 수출하고 있다”며 “리비아는 특히 내전과정에서 차량이 많이 망가진 탓에 한국산 중고차 수입이 늘고 있다”고 했다. 경매가 시작되는 1시가 되자 그는 직원들과 경매장 제일 앞줄에 않아 대형 스크린을 보며 빨간색 경매버튼을 연신 눌렀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된 중고차 총 거래대수는 365만여대에 달한다. 지난해 신차 내수 판매 179만여대의 약 두 배다. 최근에는 수출이 늘어나면서 중고차 경매시장은 더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중고차 수출은 98만6,328대로 2016년의 95만2,272대보다 3만4,000여대가 증가했다. 이 때문에 좋은 중고차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 중고차 업체들과 수출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경매 프로세스는 보통 화요일 오전 경매 사이트에 대상 차량들의 리스트가 올라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40장이 넘는 사진을 통해 내부와 외부, 사고나 긁힘 등 세부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회원으로 가입한 업체들은 온라인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SK엔카직영의 오산 경매장에는 지역에서 직접 방문해 차를 보는 업체들이 많다. 이날도 30여명의 중고차 관계자들이 경매장을 직접 찾았다. 전주에서 중고차 사업을 하는 김기동 씨는 “온라인 경매로도 참여할 수 있지만 차량의 상태를 직접 살펴볼 수 있어 가능한 경매장을 직접 찾는 편”이라며 “SK엔카옥션은 렌터카로 쓰던 동급의 차량이 대량으로 쏟아지는 다른 경매장보다 전국 매장에서 직접 매입해 가져오는 매물이 많다 보니 중고차 포트폴리오가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고 말했다.

경기도 오산시 현충로에 있는 SK엔카직영 중고차 경매장에서 지난 12일 딜러들이 대형 스크린을 보며 차량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경매에는 567대의 경매차량이 나왔다./사진제공=SK엔카




차량을 해외로 수출하는 수출업자들은 무엇보다 차량의 도색 상태에 관심이 많다. 해외로 가는 과정에서 도색이 벗겨지거나 갈라지면 값어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직접 차량을 보고 경매에 참여한다. 임정규 SK엔카직영 법인사업부 경매 팀장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은 가격이 아닌 차량의 상태”고 설명했다.

국내외 업체들이 좋은 중고차를 사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SK엔카직영의 중고차 경매에 나오는 차량도 늘고 있다. 2012년 10만4,000대였던 차량은 지난해 21만6,000대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업체들은 “안 팔리는 중고차는 없다”고 단언했다. 차량 상태와 가격의 문제라는 말. 이날 경매장에 나온 차량은 총 567대. 경매에 돌입하자 중고차의 최신 트렌드가 눈에 보였다. 우선 상태 좋은 현대차는 무조건 구매 우선 순위다. 13만7,955km를 탄 현대 그랜져TG 모델이 80만원 시작가에 나오자 스크린에 표시된 신호등에 곧바로 세 명이 상이 같은 가격을 누를 때 표시되는 ‘초록 불’이 켜졌다(주황은 두 명, 빨강은 한 명). 5만원 단위로 치솟던 숫자는 시작가의 3배인 245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는 “현대는 전 세계 시장에서 팔리기 때문에 국내에서 소화 못 해도 수출물량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아지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상태만 좋으면 무조건 초록불이 켜졌다. 11만7,000km를 탄 뉴 투산ix 디젤은 시작가 1,070만원을 넘어 1,260만원에, 630만원에 시작한 쉐보레 트랙스는 870만원에 낙찰됐다. 약 17만km를 달린 레인지로버 스포츠 2세대는 시작가가 4,500만원인데 5,755만원에 낙찰됐다.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포드 익스플로러 역시 11만㎞를 탔는데도 시작가 (1,800만원)을 훌쩍 넘은 2,250만원에 사갔다.

매매업체들은 현장에서 중고차 매매 시기에 대한 ‘꿀팁’도 알려줬다. 개인이 팔 때는 입학과 취업 등으로 수요가 많은 3월 이전인 1~2월, 살 때는 연식이 변경되고 못 팔 경우 업체가 재고를 내년까지 가져가야 하는 연말 이전인 10~12월이 좋다는 조언이다. 통계로도 확인된다. 중고차 사업자 거래는 최근 2년 간 1~2월은 15만~19만대였지만 3월은 어김없이 21만대를 넘었다. 반면 10월에는 월 평균 19만대에 달하는 거래가 평균 17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람들이 잘 안 사기 때문에 개인의 협상력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오산=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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