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가까이 계속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멈추고 3일째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매물을 쏟아낸 이후 잠시 쉬어가는 것인지, 반전의 신호일지는 불분명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우려가 완화되면서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실적호전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문제는 외부변수다. 미국의 시리아 폭격에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확대와 이에 따른 외국인의 매매패턴 변화에 따라 향후 시장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시리아 폭격 등이 예고된 악재로 넘어간다면 2주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이슈가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유입될 수 있는 모멘텀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3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7,486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10일까지 20거래일 간 4거래일을 제외하고 내내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1조5,719억원 규모로 팔아치웠던 만큼 3일 동안의 순매수를 대조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1월까지만 해도 1조9,75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증시 상승을 주도했지만 1월 말부터 증시 급락과 함께 매도세로 돌아선 바 있다. 이후 국내 상장사 실적 예상치도 잇따라 하향조정되면서 외국인들의 매도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005930)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들의 1·4분기 실적은 전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뛰어넘는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그룹·현대차(005380)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관련주인 삼성물산(028260)(순매수 규모 2,953억원), 현대모비스(012330)(1,406억원), 현대차(763억원)와 업황 또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삼성전기(009150)(1,629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914억원) 등을 사들였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 후폭풍에 주가가 하락하며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난 2015년 수준(25배)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아모레퍼시픽(090430)도 551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반면 전자 대장주인 삼성전자(순매도 금액 3,219억원)와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068270)(1,972억원) 등은 팔아치웠다. 특히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0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매도하면서 시장에서 다소 불안감이 커졌지만 11일부터는 다시 매수로 돌아섰다. 11일부터 13일까지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 규모는 2,206억원이다.
시장의 방향에 대한 키는 외국인들이 쥐고 있다. 어닝시즌 실적주를 기반으로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달 말 남북정상회담 등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이슈 시점까지 이어진다면 증시가 조정장을 마무리 짓고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시를 둘러싼 외부환경이 녹록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지 여전히 미지수인데다 시리아 사태라는 또 다른 변수까지 등장하며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탓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미 통상마찰이 봉합되는 수순을 밟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선’이 러시아, 시리아 등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시리아 리스크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이란 또 다른 변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리아 사태가 글로벌 변동성을 예상보다 자극하지 않는다면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은 실적과 남북 정상회담 이슈에 기대를 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4분기 실적 하향 조정이 마무리되고 2·4분기부터 재차 실적 모멘텀이 찾아오면서 주가에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1·4분기 50조5,000억원에서 2·4분기 51조8,000억원으로, 3·4분기에는 55조4,000억원까지 늘어난 전망이다. 이 때문에 1·4분기 어닝 시즌이 마무리되고 나면 증시가 다시 기운을 찾을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오는 27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PER 기준)는 선진국 대비 40%, 신흥국 평균 대비 27% 할인 거래되고 있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5월 북미 정상회담은 그동안 국내 증시를 괴롭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지울 수 있는 이벤트”라며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리고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다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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