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 인상에 최고 수혜주로 꼽혔던 금융주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금융정책이 채용비리 수사에 더해 규제 강화로 초점이 맞춰진데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달리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 이번 주 발표되는 은행 1·4분기 실적을 살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내 증시 금융 대장주 KB금융(105560)은 전거래일 대비 1.18%(700원) 오른 5만 9,9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은 올랐지만 연초 대비 주가는 5.52% 하락했다. 2등 주인 신한지주(055550)도 13일 종가가 연초 대비 주가가 7.99% 하락한 4만 5,450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 금융업종 지수도 13일 517.52로 마감해 연초 대비 4.21% 하락해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최선호주로 금융업종을 추천한 증권사들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전망과 반대되는 수익률이다.
정부 정책 방향이 규제로 초점이 맞춰진 것이 금융주 주가에 악재가 됐다는 분석이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표면적으로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 채용비리로 대표되는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은행주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은행(000030),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이 채용비리 의혹을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향후 다른 금융기업들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청와대가 힘을 실어주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개혁 성향을 가진 인물인 만큼 향후 금융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금융주 주가에 부정적으로 점쳐진다.
올해 금융주 실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금리 인상 시기가 불투명해진 점도 악재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역전 상황은 당분간 더 이어지게 됐다. 미국 연준은 지난달 금리를 연 1.50~1.75%로 0.25% 포인트 인상하며 한은 기준금리를 넘어섰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금리도 따라 올라 예대마진이 증가해 금융업종 수익에 도움이 되는 만큼 금리 인상 시점이 미뤄진 것은 일반적으로 은행주 주가에 악재로 여겨진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 여건이 악화된 만큼 이주 발표되는 1·4분기 실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주 대장주인 KB금융이 19일 1·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20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086790), 우리은행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다만 이번 실적이 좋게 나와도 향후 상승 모멘텀이 부족해 금융업종 투자를 단기적인 관점에서 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업종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 이하인 점에서 실적 시즌을 겨냥한 단기 접근은 가능하다”면서도 “대출금리 인하 압력 등 규제 분위기가 강해지는 흐름에서 앞으로 수익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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