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변형석(가명)씨는 페이스북에 정치 관련 글을 올리거나 일부 오피니언 리더가 작성한 게시글에 댓글 다는 것을 즐긴다. 불명확한 내용을 짜깁기해 올리는 것은 물론 정치 관련 게시글마다 일부 정치인의 성추문 사실 등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을 댓글로 쓴다. 누군가 출처를 물어보면 “모두가 다 알고 있는데 왜 굳이 물어보냐”는 식으로 반박하며 변씨의 글에 일부는 ‘좋아요’를 누르는 등 사실인 양 믿어버리는 경우도 잦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정치적 이슈를 확산시키거나 개인의 정치적 편향성을 강화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든 개인의 자유이지만 객관성을 강조하며 쓴 정치 관련 글이 결국 거짓뉴스로 밝혀지는 경우도 허다해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SNS의 영향력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이를 활용한 정치적 선동 효과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SNS 이용자의 46.9%가 ‘SNS로 최신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41.4%가 ‘SNS 게시글에 본인의 의견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SNS 이용자의 절반가량이 지인들이 공유해주는 게시물에 대한 강한 신뢰를 갖고 있으며 또 10명 중 4명가량은 자신의 정치적 의사 등을 댓글로 표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얘기다.
특히 SNS에서는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 보다 더 빨리 퍼져나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스공대(MIT) 연구진이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300만명이 트윗한 12만6,000건의 뉴스를 분석한 결과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리트윗 비율이 70%가량 많았다. 또 진짜 뉴스는 1,000명 이상의 트위터 가입자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지만 가짜 뉴스 중 일부는 최소 1,000명에서 많게는 10만명에게까지 리트윗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1,500명에게 전달되는 속도 역시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6배 이상 빨랐다. 특히 정치 관련 가짜 뉴스의 전파 속도는 다른 주제의 뉴스보다 3배 이상 빨라 정치 관련 사안의 파급력이 컸다. MIT 연구진은 “사람들은 누군가 소셜미디어상에서 새로운 정보를 공유할 경우 다른 사람보다 해당 분야를 잘 아는 전문가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인간 심리에 더해 자신의 생각과 같은 정보를 더 좋아하는 사람 심리도 가짜 뉴스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유튜브 1인 방송을 통해 각종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경우도 많아 최소한의 규제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3.7%가 ‘가짜 뉴스로 인한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밝혔고 87.8%는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에 규제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은 올 초부터 가짜 뉴스 등을 조장하는 게시물을 방치하는 포털업체에 최고 5,000만유로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관련 법에 따르면 뉴스 유통이 가능한 플랫폼 기업들은 6개월마다 가짜 뉴스 내용, 처리 내역, 삭제 비율 등을 보고해야 하며 일반인이 가짜 뉴스를 독일 법무부에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규제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며 “가짜 뉴스 관련 규제를 만들더라도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