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 상태에서 상해를 입고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술을 마시지 않은 경우보다 평균 25분 길게 체류, 다른 환자들의 진료 이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호·신상도 서울대병원, 박주옥 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팀은 지난 2008∼2011년 7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상해 환자(중증 제외) 9만5,807명의 음주 여부별 체류시간을 비교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상해환자 6명 중 1명꼴인 17%(1만6,249명)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사고를 당해 응급실을 찾았다. 이들의 응급실 체류시간은 평균 119분으로 술을 마시지 않은 환자(94분)보다 27%(25분) 길었다. 남성은 전체 환자의 57%, 음주 상해자의 76%를 차지했다.
음주 상해자의 응급실 체류시간은 체류시간 하위 10%·중간·상위 90% 해당자의 경우 비음주자보다 각각 9분, 25분, 162분이 길었다. 연령·성·상해 정도·의식 수준 등의 차이를 보정해도 이들의 응급실 체류시간은 비음주자보다 각각 7분, 21분, 81분이 길었다. 비음주자보다 체류시간이 길어지는 효과는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자동차 사고자가 24분으로 가장 컸고 절단·못 등이 몸에 박히는 상해자가 20분, 충돌 18분, 추락·미끄러짐 10분, 기타 8분 순이었다.
박정호 교수는 “환자가 술에 취해 있으면 경증 손상일지라도 상태를 평가하고 처치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면서 “환자 평가가 제대로 안 될 경우 영상·혈액검사처럼 더 비싸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검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상도 교수는 “음주 환자는 응급실 과밀화와 진료비 증가를 부추기므로 이에 대한 재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실험 응급의학’(Clinical and Experimental Emergency Medicine) 최근호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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