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한때 세간의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기도 했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불과 10년 만에 글로벌시장과 기술혁신을 리딩하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포춘코리아가 드라마틱한 반전과 성장을 이뤄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10년사(史)를 되짚어 봤다.
재빠른 추격은 2등 기업의 숙명이다. 1등 기업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추격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런 까닭에 2등 기업이 1등이 되기란 결코 쉽지 않다. 1등을 넘어 시대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는 건 더더욱 만만치 않은 일이다. 대표적 패스트팔로어였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진출 10년 만에 ‘퍼스트 무버’가 된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스마트폰 시장의 ‘퍼스트 무버’ “말이나 글보다는 사진, 동영상, 이모지(Emoji) 등으로 소통하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비주얼 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 시대에 최적화된 매개체가 바로 갤럭시S9입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S9’ 언팩행사에 참석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갤럭시S9의 정체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고 사장은 “의미있는 혁신은 언제나 사람에게서 시작되고 발전해왔다”며 “이번 갤럭시S9은 비주얼로 소통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시대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S9에서 접할 수 있는 가장 신선한 기술은 앞서 언급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는 ‘AR 이모지(AR Emoji)’ 기능이다. ‘AR 이모지’는 한 번의 셀프카메라 촬영을 통해 사용자와 꼭 닮은 아바타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이다. 눈, 코, 입, 뺨, 이마 등 100개 이상의 얼굴 특징점을 인식·분석해 사용자의 다양한 표정을 고스란히 녹아낸 캐릭터를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는 자신과 꼭 닮은 이모지와 만화적인 요소를 가미한 이모지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고, 이모지의 헤어 스타일과 색상, 안경, 의상 등을 변경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만든 AR 이모지 캐릭터는 문자 메시지뿐 아니라 삼성 키보드를 사용하는 모든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공유할 수 있어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제공해준다.
이처럼 갤럭시S9은 혁신의 정점을 매년 갱신하는 등 글로벌 스마트폰 브랜드로서의 이름값을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생체 정보를 통해 스마트폰 잠금 해제가 가능한 ‘인텔리전트 스캔(Intelligent Scan)’, 강화된 방수방진, 고속 유무선 충전 등 갤럭시 시리즈 고유의 기능도 한층 강화됐다.
해외 외신들의 찬사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전작인 갤럭시S8보다 진화한 부분이 눈에 띈다”, “카메라는 지금껏 나온 그 어떤 제품보다도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같은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배터리 다운그레이드 조작’ 같은 악재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라이벌 애플과 비교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전세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적 진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10년 전 삼성전자가 처음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지금의 위상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미 휴대폰 시장에서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했던 삼성전자였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선 그 힘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상 삼성전자의 첫 번째 스마트폰 ‘옴니아’는 ‘옴레기(옴니아와 쓰레기의 합성어)’라 불릴 정도로 혹평을 듣기도 했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불과 10년 만에 극적인 반전을 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피처폰 명가에서 스마트폰 명가로
사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이전의 휴대전화, 이른바 ‘피처폰(Feature phone)’ 시장에서도 나름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피처폰은 기술 혁명의 중심에 서 있었다. 전화뿐만 아니라 단문 메시지 서비스, 이메일, 인터넷, 오락, 블루투스 통신, 적외선 통신, 동영상 및 사진 촬영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피처폰 시대는 이후 약 20여 년 간 이어졌다. 그 사이 피처폰은 기술과 디자인 측면에서 꾸준히 진화했다. 물론 그 같은 진화의 중심에 삼성전자가 서 있었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터치 스크린폰(이하 터치폰)이었다. 키패드가 아닌 화면을 터치해 사용할 수 있는 터치폰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출시된 삼성전자의 ‘햅틱’ 시리즈는 공전의 히트를 치며 여전히 국내 휴대폰 시장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 제품 중 하나로 남아있다(하단 박스기사 참조).
햅틱이 출시됐을 무렵, 해외에선 ‘손안에 PC’를 표방한 스마트폰이 무섭게 떠오르고 있었다. 2007년 애플이 처음 출시한 ‘아이폰(iPhone)’이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으로 세간의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그리고 이후 2008년 2세대 아이폰인 ‘아이폰 3G’, 2009년 ‘아이폰 3GS’가 출시됐다. 특히 아이폰 3G 출시에 발맞춰 오픈한 애플 앱스토어가 스마트폰 시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스마트폰에서 활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앱스토어는 교육, 소셜네트워크,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영역으로 스마트폰의 활용을 확장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 때 삼성전자도 아이폰의 사례를 주목했다. 글로벌시장의 패러다임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갈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발 빠르게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세우고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2009년 선보인 삼성전자 최초의 스마트폰 ‘옴니아(Omnia)’였다. 하지만 옴니아는 사실상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엄밀히 말하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스마트폰으로서의 매력을 전혀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옴니아는 출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OS) 윈도에 햅틱폰을 얹은 느낌’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옴니아에선 아이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부드러운 터치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되지 않은 윈도OS는 속도와 배터리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심각했던 건 애플리케이션의 부재였다. 사실 애플 아이폰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앱스토어의 성장을 통한 ‘애플 생태계’ 구축이었다. 스마트폰에서 활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이 많을수록 유저도 증가한다는 것이 스마트폰 업계의 불문율이었다.
실상은 참담했다.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출범 2년 만에 누적 앱 개수 10만 개를 돌파하며 확고한 ‘애플 생태계’를 구축했지만, 윈도OS에서 활용가능한 앱은 1,000여 개에 불과했다. 삼성도 2009년에 ‘삼성 앱스토어’를 론칭했으나, 옴니아 생태계를 구축하는 건 쉽지 않았다.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부재와 스마트폰 기기 자체의 문제가 뒤섞이며 옴니아는 비난과 혹평,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 깨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결론적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략의 ‘신의 한수’로 작용했다. 이미 삼성전자는 TV, 반도체 시장에서의 압도적 기술력 덕분에 하드웨어 측면에선 확실한 강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문제는 결국 소프트웨어, 그 중에서도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이라는 것이 삼성전자 내부의 결론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기회는 있었다. 삼성전자 내부 소식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 A씨는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구글 안드로이드가 삼성전자 품에 안길 수도 있었다는 사실 아시나요? 안드로이드는 애초 구글 소속이 아닌 작은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 스타트업이었습니다. 개발 초기부터 자금난에 시달려 회사를 인수해줄 기업을 찾고 있었죠. 그 대상 중 한 곳이 바로 삼성전자였습니다. 실제로 안드로이드의 창업자와 삼성전자 관계자가 만나 매각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하지만 매각가격을 둘러싼 내부 이견 때문에 협상이 불발됐고, 이후 안드로이드에 매력을 느낀 구글이 이 회사를 인수했어요. 이후 상황은 모두가 아는 그대로죠. 만약 그때 당시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그저 예상일뿐이지만 지금과는 분명 다른 상황이 전개됐을 것이라 봅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윈도, 자체 개발한 타이젠 등 다양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안드로이드가 있었다. 당시 오픈소스 기반의 OS인 안드로이드는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애플의 iOS와 안드로이드는 ‘폐쇄성’과 ‘개방형’이라는 명확한 차별점으로 스마트폰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로로 불리고 있었다.
그리고 곧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개발에 착수했다. 이미 기술력은 갖고 있었던터라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바로 삼성전자를 글로벌 스마트폰 1위 기업으로 만든 주역 ‘갤럭시(Galaxy) 시리즈’였다.
갤럭시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갤럭시S는 지금까지 출시 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가운데 단연 최고다.”(앤디 루빈 안드로이드 개발자 겸 전(前) 구글 부사장)
2010년 6월 4일 갤럭시S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첫선을 보였다. 애플, 노키아 등 기존 스마트폰 절대강자에 맞선 국산 스마트폰 ‘갤럭시S’는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연 신호탄이었다.
갤럭시S를 처음 접한 세계 각국 외신과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의 역량이 결집된 하드웨어 성능에 주목했다. 갤럭시S는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등 당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스마트폰 중 최고의 하드웨어 사양을 자랑했다. 이 같은 호평을 입증하듯 갤럭시 S는 국내 출시 70일 만에 100만 대 판매를 넘어섰다. 글로벌시장에선 2,50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갤럭시 신화’의 시작을 알렸다.
갤럭시S의 성공을 이어받은 갤럭시S2는 갤럭시 신화가 단순한 일회성이 아님을 증명해냈다. 2011년 4월 공개된 갤럭시S2는 ‘삼성전자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걸작’이라는 평을 받아 지금까지도 갤럭시 시리즈 최고의 명작(名作)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전작과 견줘 눈에 띄게 빨라진 반응 속도와 최적화된 운영체제, 더 넓어진 화면 등 최고 수준의 제품 사양으로 출시 한 달 만에 국내에서 100만 대, 20개월 만에 전 세계에서 4000만 대가 팔리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역사상 최초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2011년 기준)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갤럭시S2 이후 갤럭시 시리즈는 기술적 혁신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2012년 5월 출시된 갤럭시S3는 2012년 5월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4,000만 대 넘게 판매되며 국내외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전 세계에서 하루에 약 19만 대 정도가 판매된 셈이었다.
그 결과 갤럭시 시리즈는 첫 제품 갤럭시S 출시 2년 7개월 만에 누적 판매 1억 대를 돌파할 수 있었다. 그 때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 타이틀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이후 출시된 갤럭시S4(2013년 4월), 갤럭시 S5(2014년 4월)도 갤럭시 성공 신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경쟁사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애플의 아이폰도 차별화된 기술과 디자인으로 굳건한 마니아층을 형성해나갔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사후 애플 수장이 된 팀 쿡(Tim Cook)이 애플 내에서 금기시돼온 대화면 모델을 상용화해 또 다른 변신을 이끌었다. iOS기반의 패드 제품(아이패드), 스마트워치(아이워치) 등을 선보이며 애플 생태계의 확장을 주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또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그 때였다. 그렇게 치열한 고민 끝에 선보인 갤럭시S6와 갤럭시S7은 ‘단연 최고의 혁신 모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갤럭시S6 개발 당시 이를 전담한 팀의 이름은 ‘프로젝트 제로(0)’였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제로 상태에서 다시 혁신하자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었죠. 그렇게 선보인 갤럭시S6는 듀얼커브 디스플레이의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더욱 빨라진 무선충전 기능으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후 출시된 갤럭시S7은 ‘스마트폰의 완전체’로 불렸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선보인 제품 중 단연 최고’라는 평가 속에 미국 컨슈머리포트 스마트폰 부문 평가 1위, 주요 글로벌 IT매체 리뷰 평점 ‘만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제품은 계속 진화하기 마련이다. 기술적으로 진화하지 못한 제품을 ‘신제품’으로 선보이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갤럭시S7이 스마트폰 혁신의 결정체로 불린 이유는 조금 달랐다. 기술 혁신의 중심에 ‘소비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갤럭시S7은 소비자가 사용 중 느끼는 소소한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기술 혁신이 이뤄졌다. USB 단자와 이어폰 잭 등 개별부품에도 방수기능을 탑재해 별도의 커버 없이도 1m 이상 수심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 대표적인 것이었다.
이 같은 갤럭시S 시리즈의 성장은 이와 연계된 스마트 기기의 출시로도 이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개념 스마트 기기 ‘갤럭시 노트’ 시리즈다. 지난 2011년 선보인 갤럭시 노트는 스마트폰의 얇고 가벼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화면은 5.3인치로 키워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강점을 조합해냈다. 갤럭시 노트에 처음 도입된 S펜(화면에 직접 펜으로 필기할 수 있게 돕는 악세서리)이 삼성전자 제품군 전체로 확대 적용돼 편의성을 한층 높이기도 했다. 또 스마트 워치인 갤럭시 기어(Gear),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조합인 ‘패블릿’을 표방한 ‘갤럭시탭’도 갤럭시 시리즈의 아성을 공고히 하는데 톡톡히 한 몫을 했다.
갤럭시가 바꾼 생태계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는 단순히 스마트폰 시장에서만 혁신을 불러일으킨 게 아니었다. 스마트폰이 일상생활 모든 부분에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으로 자리잡으면서 많은 파생 효과를 불러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의 혁신이었다.
삼성페이 이전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은 소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내 결제 시스템에 국한되어 있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NHN 페이코, 신세계 SSG페이 등 다양한 결제 시스템이 등장했지만 이들 모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열고, 일정 보안과정을 거친 후에야 결제를 할 수 있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온라인·모바일 기반이 아닌 오프라인 매장에선 사용 자체가 어려웠다.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선 현금과 신용카드가 결제 수단의 전부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페이는 완전히 새로웠다. 그저 삼성페이 기능이 탑재된 단말기를 각 매장에 비치된 기존 마그네틱 신용카드 리더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졌다. 편의성을 극대화한 삼성페이는 출시 1년 만에 국내 결제 금액 2조 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삼성페이는 글로벌시장에서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유니온 페이, 마스터 카드, 비자 카드 같은 주요 글로벌 카드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또 다른 파생물은 바로 갤럭시 스마트폰 중심의 ‘사물인터넷(IoT)’ 생태계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시장에서도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모든 가전을 하나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가장 최근 선보인 갤럭시S9이 대표적인 경우. 스마트TV, 패밀리허브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 여러 사물인터넷(IoT) 전자기기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탑재해 출시한 최초의 제품이다. 사용자는 스마트싱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기기를 연동하고, 인텔리전스 인터페이스인 빅스비(Bixby) 음성 명령을 통해 쉽게 제어를 할 수도 있다.
갤럭시 시리즈가 가져온 일상생활의 혁신과 변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성장세도 여전하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3억 1,750만대를 판매하며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2위인 애플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는 새롭게 맞닥뜨린 숙제도 안고 있다. 예상대로 중국 업체들의 무서운 추격세가 계속되고 있다. 화웨이, 오포,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전년 대비 10% 이상 판매량을 늘리며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잠재 수요가 엄청난 인도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지 시장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파악해 기술 트렌드를 반영하고, 중저가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장 전략 조언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년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반전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줬다. 거기에는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시장 전략이 뒷받침되어 있었다. 지금까지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갤럭시S10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내놓은 제품이도 그러했듯, 거기다 10이라는 숫자가 가진 상징성까지 고려하면, S10에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혁신을 만나볼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갤럭시S10의 언팩(Unpack) 행사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 ‘가로본능에서 햅틱까지’ 삼성의 피처폰 역사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 전, 삼성전자는 피처폰 시대의 절대 강자로 불렸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제품은 자체가 피처폰 시장의 트렌드이자 패러다임이었다.
삼성전자의 1호 휴대폰은 1988년 출시된 ‘SH-100’이다. 서울올림픽에 맞춰 선보인 이 기기는 길이 40㎝, 무게 800g의 육중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한 손에 들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자체 기술로 개발한 첫 휴대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었다.
갤럭시 이전 삼성전자 휴대폰을 상징하는 단어는 ‘애니콜’이었다. 1994년 ‘애니콜’ 브랜드를 단 첫 번째 휴대폰 ‘SH-770’을 선보인 삼성전자는 이후 국내 휴대폰 시장 부동의 1위였던 모토로라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국내 이동통신 시장 리더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은 성공적인 해외 진출로도 이어졌다. 특히 2003년 출시된 안테나 내장형 폴더폰 ‘SGH-E700’은 일명 ‘벤츠폰’으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벤츠폰은 당시 이 기기를 접한 다수의 유럽 언론이 ‘기능과 디자인 모두가 휴대폰 계 메르세데스 벤츠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린 데서 비롯된 이름이었다.
마케팅 측면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제품은 바로 ‘가로본능’이었다. 모델명 ‘SCHV500‘으로 2004년 출시된 이 제품은 모델명보단 ’가로본능‘이라는 문구로 더 잘 알려진 제품이었다. 세로형 화면 일색에서 벗어나 LCD 액정을 90도 회전해 가로로 돌려 볼 수 있게끔 한 이 제품은 출시 한 달만에 10만대가 판매되며 일약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특히 이 제품에는 애니콜 브랜드 홍보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수 이효리, 에릭 주연의 뮤직비디오 ’애니모션‘이 탑재돼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피처폰 시대의 정점을 찍은 제품은 햅틱이었다. 2008년 출시된 햅틱1은 출고가 70만 원이 훌쩍 넘는 프리미엄폰임에도 두 달 만에 10만 대 판매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휴대폰 시장 역사상 사전 예약을 받아 출시 한 첫 제품인 햅틱1은 물량이 부족해 한때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같은 해 출시된 햅틱2 역시 국내 터치스크린폰 트렌드를 이끌며 많은 인기를 끌었고, 이듬해 ‘피겨 퀸’ 김연아를 모델로 출시한 ‘연아의 햅틱’은 최단기간 50만 대 판매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갤럭시 마케팅 중심에 선 ‘언팩’ 행사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출시와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신제품 공개 프리젠테이션인 ‘언팩(Unpack)’ 행사다. 언팩 행사는 글로벌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 출시 이후 시작한 공개 행사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일반 생활가전 신제품을 출시할 때도 언팩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언팩행사는 대부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행사 때 함께 진행해왔다. 지난 3월 출시된 갤럭시S9의 언팩 행사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018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밖에 갤럭시S2, S5, S6, S7도 MWC에서 열린 언팩행사를 통해 처음 세상에 공개됐다.
그러나 갤럭시 S3와 S4, S8의 언팩행사는 그간의 관행을 깨고 별도의 공간과 시간에서 개최됐다.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사 제품 출시 일정 혹은 내부적인 조율에 따라 언팩 행사 일정이 바뀌었다”며 “스케줄에 맞게 조정했을 뿐 별다른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별도의 언팩 행사를 가진 3개 제품은 모두 시장에서 최다 판매기록을 갈아치우며 가장 주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자연스럽게 “별도의 언팩행사를 한 갤럭시 시리즈는 반드시 대박이 난다”는 설(說)이 떠돌고 있다.
언팩 행사는 애플의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등장했던 프리젠테이션과 자연스레 비교되곤 한다. 생전 스티브 잡스는 신제품 출시 때마다 검정색 폴라티와 청바지를 입고 등장해 새 제품을 공개하는 퍼포먼스를 가졌다. 이는 애플 제품을 넘어 지금까지도 세련된 마케팅 전략의 표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언팩 역시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프리젠테이션과 초청자 혹은 생중계로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선보이며 독보적인 마케팅 행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갤럭시S 시리즈
갤럭시S
- 출시 : 2010년 6월
-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 탑재
- 글로벌 2,500만 대 판매
갤럭시S2
- 출시 : 2011년 4월
- 출시 당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판매량 기준)
갤럭시S3
- 출시 : 2012년 5월
- 카메라 기능 대폭 향상
- 조약돌 콘셉트의 유선형 디자인 탑재
갤럭시S4
- 출시 : 2013년 4월
- 풀HD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
- S헬스, S트렌스레이터 SW 탑재
갤럭시S5
- 출시 : 2014년 4월
- 시리즈 최초 전세계 150개 국가 동시 출시
- 지문 인식 / 헬스케어 기능 탑재
갤럭시S6
- 출시 : 2015년 4월
- 무선충전 기능 탑재
-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최초 공개
갤럭시S7
- 출시 : 2016년 3월
- 미국 컨슈머리포트 평가 1위(스마트폰 부문)
- 스마트폰 최초 ‘듀얼픽셀 이미지 센서’ 탑재
갤럭시S8
- 출시 : 2017년 3월
- 지능형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빅스비’탑재
- 홍채/지문/안면인식 생체인증 기술 적용
갤럭시S9
- 출시 : 2018년 3월
- 사물인터넷 앱 ‘스마트싱스’기본 탑재
- 초고속 카메라/AR이모지 기능 공개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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