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포춘코리아 김병주 기자] 한국메세나협회(이하 메세나협회)는 지난 1994년 다섯 개의 국내 대표 경제 단체의 발의로 창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기업의 예술 지원 및 협력을 확대하고 우리나라 문화예술과 경제의 균형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메세나협회의 설립목적이다.
지난 24년간 메세나협회는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지난해에는 14개의 기업·재단과 22개의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총 1,270회의 공연 및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메세나협회가 보여준 진정성과 꾸준함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졌다. 지난해 메세나협회는 14개 기업재단과 총 22개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총 1,270회의 공연 및 예술교육을 지원했다. 2010년 29억 원에 불과했던 기업 출연금 역시 지난해 5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성과에는 그간 메세나협회를 이끌어온 회장의 역할도 매우 컸다. 초대 회장이었던 최원석 동아건설 회장부터 전임 회장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이르는 역대 회장들은 모두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은 CEO로 유명했다. 이들은 자신의 관심사와 기업을 이끌며 느껴온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메세나협회 운영 전략에 적극 반영하기도 했다.
제 10회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에 취임한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 역시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은 CEO로 잘 알려져 있다. ‘예술의 전당’ 이사, ‘현대미술관회’ 회장 등을 역임한 김영호 회장은 음악, 미술,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을 보여 왔다. 실제로 그가 이끌고 있는 일신방직 본사 1층은 여느 미술관 못지않은 다양한 그림이 전시돼있어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또 지난 1989년 일신문화재단을 설립한 후에는 현대음악 전문공연장 ‘일신홀’을 만들어 현대음악 저변 확대에 기여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중순 협회 회장 취임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난 김영호 회장은 “과거 회장들이 메세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온 정신을 이어받아 더욱 열심히 협회를 이끌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가 임기동안 가장 중점에 두려 하는 협회 업무는 바로 ‘문화접대비 확대’다. 문화 접대비 제도는 문화예술 활동 관람 등의 활동에 한해 법적으로 정해진 기업 접대비의 20%를 추가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지난 2007년 시행 당시부터 기업 차원의 문화예술 활동 장려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전임 회장인 박삼구 회장 역시 취임 직후, “문화접대비 제도를 홍보하고 장려해 기업의 동참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화접대비 제도가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것이 김영호 회장의 생각이다. 심지어 많은 기업들이 문화접대비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회장은 말한다. “문화접대비 제도는 문화예술 지원의 측면에서 매우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는 일반기업은 많지 않아요. 메세나협회에서는 협회 사업과 연계해 문화접대비 제도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특히 기업 내 세무회계 담당자를 대상으로 홍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저는 문화소비 활성화가 곧 예술시장 확대, 나아가 예술계에 대한 간접 지원 효과 창출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협회장으로서 향후 임기 동안 문화접대비 활성화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영호 회장은 문화예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메세나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에서 예외조항을 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취지 자체는 좋지만 이것 때문에 문화예술 지원이 위축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메세나협회가 지난해 회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후 응답 기업의 23.8%가 2016년 하반기 문화예술 지원 관련 지출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 또 응답 기업 중 17.7%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지출금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답변하기도 했다.
김영호 회장은 말한다. “부정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선물 상한액은 5만 원입니다. 그런데 5만 원으로 살 수 있는 공연 티켓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협회 차원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있어요. 10만 원 수준으로의 상한액 인상 혹은 순수한 문화예술 지원활동에 한해 상한액을 없애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 주무부처와 협의를 진행 할 생각입니다.”
기업차원에서도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제안했다. 문화 소비를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법정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으로 줄어드는 것이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문화 소비 활성화가 곧 창작활동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만큼 기업차원에서 동참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영호 회장은 오는 2021년까지 메세나협회를 이끌게 된다. 향후 3년 간 메세나협회 수장으로서 메세나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말한다. “기업이 예술계를 지원하면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고 인지도 역시 덩달아 상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려 대기업 뿐 만 아니라 더 많은 중견중소기업이 메세나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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