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는 오는 6월 ‘가리봉루트’ 완공을 앞두고 분주하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구로구의 상징과도 같았던 가리봉동이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18일 구로구청 구청장실에서 만난 이성(사진) 구로구청장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가리봉동 재생사업이 하나씩 결실을 거두고 있다”며 “오는 6월 가리봉루트가 열리면 가리봉동은 새로운 관광지(랜드마크)로 각광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리봉동은 구로구를 넘어 우리나라의 축소판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구로공단(현 구로디지털단지) 수출이 이끌던 1960~1970년대 가리봉동은 노동자들의 쉼터이자 문화공간으로 번성을 누렸다. 하지만 공단의 쇠퇴와 함께 가리봉동도 값싼 방을 찾아온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들의 주거지로 변했다. 생활 인프라나 편의시설은 열악해졌고 급증한 이주민과 원주민 간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도 빈발했다.
이 구청장이 주목한 것은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거꾸로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 구청장은 “아픔을 치유하고 살기 좋은 동네로 바꾸기 위한 재생사업에 힘을 쏟고 있으며 조만간 마무리되면 가리봉동은 몰라보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구는 1.2㎞ 가리봉루트 관광상품 개발에 집중했다. 가리봉오거리에서 시작해 우마길을 거쳐 남구로역에서 마무리되는 1.2㎞의 가리봉루트에는 지역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옹벽 벽화’, 도로 곳곳의 고보조명, 옌벤거리로 유명한 우마길 문화의 거리 조성 등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로로 단장됐다. 보행환경 개선, 조명 설치, 간판정비, 입구상징물 조성 등 다양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 구청장은 “가리봉루트는 현대화 사업이 진행 중인 가리봉시장과도 연결된다”며 “가리봉루트 조성을 통해 지역경제와 골목길 상권 활성화, 이미지 제고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리봉동 재생을 포함해 구로구는 ‘서울 서남권의 중심도시’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그는 줄곧 구로구의 미래 먹거리는 ‘지식문화’라고 강조해왔다. 구로디지털단지를 품고 있는 지역 특성을 감안해 ‘디지털 정책’을 추진해왔다. 관내 모든 구역을 무료 와이파이존으로 만들었던 그는 “다음 목표는 스마트 도시 조성으로 사물인터넷 사업을 적극 벌일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지난해 스마트도시팀을 신설하고 어린이 통학차량 위치확인 서비스 등과 같은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구로디지털단지 지스퀘어의 완공도 이 구청장이 추진하는 역점 사업 중 하나다. 그는 “구로디지털단지의 마지막 남은 개발 가능지역인 정수장 부지에 지스퀘어가 2020년 9월까지 완공예정”이라며 “지하7층, 지상 39층의 지스퀘어에는 스포츠센터와 의료집약시설, 컨벤션센터, 창업보육센터 등이 입주한다”고 말했다.
숙원사업인 구로동 철도기지창 이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0년 구청장 첫 임기 시작과 함께 타당성 조사를 위해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서울시로 찾아다녔고 결국 지난해 11월 국토부가 기본계획 수입 용역에 착수해 정부차원에서 이전 작업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는 “올해 안에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며 계획대로라면 이 일대 25만㎡는 2026년께 상업 중심의 복합도시로 거듭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6월 지방선거 3선 도전을 선언했다. 이 구청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공무원의 길만 걸어왔고 재선까지 하게 됐다”면서 “그동안 열심히 뛰었는데 아마 구민들이 잘 판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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