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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땐 경쟁국에 기술 갖다 바치는 꼴"...전문가도 놀란 반도체 작업환경 보고서

측정 위치도·화학물질 정보 등

후발기업 손에 들어갔다면

기술격차 단숨에 따라잡혀





“깜짝 놀랐다.” 지난 17일 삼성 반도체 공장에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는 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모인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 반도체 전문위원회 위원들이 입을 모아 내던진 말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전문가임에도 직접 당사자가 아니었기에 지금껏 보지 못했던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 이렇게나 많은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을 지 몰랐다는 것이다. 한 위원은 “이 자료가 공개돼서 중국 손에 들어갔다면 (반도체 시장을) ‘드십시오’ 하고 가져다 바친 꼴이 될 뻔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에 삼성과 SK하이닉스를 좇는 후발 기업이 기술격차를 단숨에 좁힐 수 있는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18일 산업부 관계자는 “측정 위치도에는 몇 층 몇 라인에 몇 베이 단위까지의 공정명과 레이아웃이 다 담겨 있는 데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최적 배치가 유추 가능하다. 후발주자인 기업들이 이 보고서를 보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으로 벌어져 있는 격차를 단숨에 캐치업 할 수 있다는 게 위원회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산업재해 입증의 ‘키(key)’로 여겨지고 있는 화학물질 정보도 마찬가지다. 사용 물질에 따라 공정의 수율이 달라지는 데, 공정에 어떤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지가 선발주자인 삼성의 경쟁력이다. 공정별 화학물질명이 공개가 될 경우 역시 중국 기업 등 후발주자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얻을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을 단숨에 이룰 수 있다. 산업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을 다녀온 한 위원이 반도체 굴기를 하겠다는 중국의 경우 특정 반도체의 경우 와이퍼 100개를 넣으면 완제품이 7개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하더라”며 “삼성이 가진 반도체의 기술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고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위원회는 지난 1월 대전고등법원이 “영업 비밀이 아니다”고 판결을 내린 삼성의 온양 반도체 공장의 보고서도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다. 온양 공장의 2011~2017년 보고서엔 30나노 이하급 D램 조립기술, 2010~2017년 보고서엔 30나노 이하급 낸드플래시 조립기술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적시돼 있다.

다만 반도체위의 판단에도 당장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의 모든 내용이 영업 비밀로 판명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정보공개법은 예외조항으로 기업의 영업비밀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지만, 이미 대전고법의 판단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삼성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 보고서의 공개 결정을 내렸다. 산업부 관계자는 “위원회 판단의 근거인 산업기술보호법은 해외로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영업비밀 판단 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며 “다만 영업비밀 여부를 다투는 법원에서 이번 판단을 입증 자료의 하나로 쓸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신청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분야 2건의 국가 핵심기술 해당 여부도 이르면 다음 주께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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