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해온 금융개혁 동력이 상실되는 게 아니냐는 여권의 우려가 커지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긴급히 만나 “금감원장 공석에 따른 금융혁신 추진동력이 약화 되지 않도록 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금감원장 부재에도 김 전 원장이 제기해온 소비자보호 강화와 약탈적 대출 관행 개선 등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7개월 만에 두 명의 금감원장이 낙마하면서 동력을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8일 최 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김 경제부총리를 만나 금융혁신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금감원장 부재로 금융개혁의 동력이 상실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김 부총리는 “금융위원장을 중심으로 금융혁신 과제들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생산적 금융 등 금융혁신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들 앞에서 “소상공인 등이 체감할 수 있게 금융혁신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며 최 위원장을 압박했다. 김 전 원장이 피감기관 돈으로 출장간 것과 셀프후원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 등)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금융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거듭 밝혔다. 김 전 원장은 전날 사퇴를 결정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사임하지만 금융개혁은 어떤 기득권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예정에도 없던 일정을 만들어 전격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출신 금감원장 실험이 사실상 실패로 귀결되면서 6월 지방선거까지는 후임 금감원장 발탁이 어렵게 됐다. 한창 속도를 내야 할 금융혁신 과제가 자칫 좌초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두 사람의 긴급회동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금융권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혁신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고 지향하는지 여전히 퀘스천(의문)이 많다”며 “지금까지 지배구조 문제로 논란을 만들었던 형태의 혁신이라면 금융권 전체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최 위원장이 문 대통령이 뜻하는 금융혁신을 제대로 이행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하루빨리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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