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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 쪼그라든 펀드...투자할 곳 늘었나, 증시 버팀목 약해졌나

유가증권시장 시총 대비 펀드 비중

4.18%로 2005년 수준으로 하락

주식형펀드 설정액 5년간 17조↓

"포트폴리오 분산" 긍정적 분석 속

"단기자금 디딤돌 역할못해"시각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주식형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한 후 공모 주식에 대한 재투자보다는 사모나 특별자산 등 다양한 투자처로 이동한 탓이다. 다양한 투자수단 확보로 자본시장 생태계가 건강해졌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증시의 디딤돌이 약해지는 등 시장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시가총액대비 펀드비중은 4.1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3월 말 기준 9.67%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쪼그라들다 3~4%대에 머물던 2005년대 수준까지 회귀한 것이다. 그만큼 주식 시장에 펀드가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해졌다는 의미다.

시가총액 대비 펀드 비중이란 펀드가 담고 있는 주식의 평가액이 전체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펀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 셈이다. 주식형 펀드가 활황기였을 때는 “설정액이 높은 펀드에 편입된 종목만 매수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향력이 강했다. 같은 기간(2009년 3월~2018년 3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174조6,020억원에서 592조994억원으로 239.11% 증가했다. 반면 전체 운용펀드 중 증권(주식·혼합주식·혼합채권 등) 자산총액은 106조6,939억원에서 129조3,939억원으로 21.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동산·특별자산·단기금융 등을 포함한 전체 투자자산에서 증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3월에는 76.05%에 달했지만 올해는 57.14%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결과는 공모펀드 자금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주식 시장에서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대체투자 상품이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투자수단이 다양화되면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증가율 대비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이 적었다는 분석이다. 조홍규 삼성자산운용 투자리서치센터장은 “사모펀드 자금 쏠림과 기관의 일임 및 직접투자가 증가했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투자가 다변화됐다”면서 “공모펀드의 주요 고객인 개인 입장에서 국내주식 펀드 외 해외 주식 및 대체투자 펀드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게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비오 NH투자증권 펀드애널리스트도 “주식시장 매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부동산 등 다른 투자 대상에 돈이 몰리면서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줄어든 것”이라며 “액티브펀드는 줄어도 연기금이나 상장지수펀드(ETF)는 커지고 있어 전체적인 운용사들의 운용 규모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증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낸 점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했다. 시가총액은 증가한 반면 수익을 올린 투자자가 환매 후 재투자에 나서지 않고 아예 펀드 시장을 떠나면서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이탈한 자금은 부동산 및 특별자산 등 실물펀드와 단기금융으로 이동했다. 실제로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이날을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약 17조원이 감소했다. 대체투자형 펀드나 해외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같은 기간 각각 5조1,925억원, 7,453억원씩 늘어났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분모가 되는 시가총액이 코스피 상승세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펀드 환매가 이뤄졌다”면서 “이미 어느 정도 환매가 진행된 만큼 비중이 향후 더 급격하게 축소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시가총액 대비 주식형 펀드 비중이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펀드 수익률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얘기”라면서 “과거와는 다르게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현상이 없고 투자 포트폴리오가 분산되는 등 시장 환경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재투자가 줄어들고 일회성 단기자금들이 공모펀드로 몰려들면서 주식시장의 디딤돌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주식 공모펀드를 고수익 상품으로 투자했던 의식들이 전환되는 과정으로 보인다”면서 “주식 공모펀드에 대해 단기적 자금이 쏠리는 모습이 보이고 있는데 공모펀드 규모 자체가 크더라도 일회성 단기자금들은 주식시장 버팀목으로 작용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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