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LA 모터쇼에 참가한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은 신차와 콘셉트 카를 공개하며 전시 공간을 사용했다. 보통 이런 종류의 업계 행사에 참가하지 않는 ‘이단아’ 테슬라는 집 한 채를 들고 나타났다.
‘미래의 집(House of the Future)’이라 명명된 이 공간은 테슬라의 태양광 패널 지붕과 전기 배터리 저장장치 파워월 Powerwall로 채워졌다. 테슬라 자동차 모델 중 높은 인기를 누리는 모델 X, 모델 S, 그리고 최근 출시된 모델 3도 그곳에 전시됐다. 전기차 모델들과 ’미래의 집‘은 테슬라가 우리 모두를 위해 정의하고, 설계 중인 친환경 첨단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여기에는 분명한 은유가 숨어 있다. 테슬라처럼 원대하게 사고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15년 밖에 안된 회사가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정도로 말하는 건 테슬라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자동차만큼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에 신속하고, 심오하고, 신화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없다. 카네기멜런 디자인 스쿨 Carnegie Mellon’s School of Design의 마크 배스킹어 Mark Baskinger 교수는 “테슬라는 사물 인터넷을 자동차, 자동차를 사물 인터넷에 접목하고 있다. 테슬라가 스스로를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설정한다는 점이 아주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월가는 분명하게 이 같은 비전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기준으로 테슬라 주가는 한해 61%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580억 달러로 늘어났다. GM과 비슷하고, 포드보단 높은 수준이 된 것이다.
테슬라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가 그 과정에서 선지자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그의 원대한 아이디어(화성에 식민지를 개척하자!)를 비웃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의 자동차 기업이 성취한 업적을 부인하긴 어렵다.
테슬라가 추진하는 사업은 자동화, 자율주행 능력, 자동차를 소프트웨어로 이해하는 개념(무선으로 시스템을 업데이트한다), 멋진 전기자동차 제작 등 실로 다양하다. 그 결과 테슬라가 내세운 새 패러다임의 흔적들은 기존업체들이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과정에서 더욱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트센터 디자인 칼리지 Art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운송업 관련 유명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자동차 디자이너 팀 헌트징어 Tim Huntzinger는 “아마도 테슬라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부분은 자동차를 만들고 판매하는 기존 구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는 모델 3가 최종 디자인 단계에 들어가기도 전에 상당 수량을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며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테슬라가 자동차 부문에셔 킥스타터 Kickstarter *역주: 미국의 클라우드 펀딩 서비스 같은 역할을 한 셈이다. 그 결과 차량 제작의 최종 작업을 실제 시작하기도 전에 수 억 달러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그건 거의 전례를 찾기 힘든 성공이었다. 헌트징어는 “자동차 산업에선 엄청난 일이었다. 업계 전체 역사를 통틀어 봤을 때, 그동안은 1센트 이익을 내기 위해 수 백만 또는 수 억 달러를 써야만 했다. 그랬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와 애플의 철학을 비교하며, 그들의 과정에서 소비자의 역할 증대가 전환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초기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건 전혀 새롭고 색다른 일이었다.”
테슬라는 자동차 구매 경험에 있어서도 급진적 방식을 취했다. 자동차 매장을 쇼핑몰에 입점시키고,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주문할 수 있게 해 구매 경험을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헌트징어는 “그런 구매 경험은 대리점에서 차를 살 수 밖에 없었던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고객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방식은 정말 신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Erika Fry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