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미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고 인공지능(AI) 분야를 이끌고 있는 주역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12년 내로 ‘빅데이터’와 ‘플랫폼’의 힘을 앞세워 미국을 반드시 따라잡고 해당 분야의 최강국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애플 연구개발 핵심 임원을 거쳐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 부사장, 구글차이나 사장을 역임한 리카이푸 중국 시노베이션벤처스(촹신궁창) 회장은 지난해 말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중국으로 복사(copy to china)’에서 ‘중국으로부터 도용(copy from china)’으로 가는 중요한 시기”라며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의 4차 산업 발전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 회장은 중국 최대 지식플랫폼 업체인 ‘즈후닷컴’을 비롯해 얼굴인식 솔루션 제공업체 ‘쾅스(Face++)’, 간편 사진편집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메이투슈슈’ 등 다수의 스타트업을 성장시킨 ‘중국 스타트 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중국이 미국을 역전하고 4차 산업 시대 중심으로 거듭나는 시간이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차 산업의 핵심 경쟁력인 빅데이터와 플랫폼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 여러 수치를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구수에서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규모가 미국보다 월등히 크고 데이터 활용 규제가 적다는 점도 데이터 기반 산업이 발전 가능한 이유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나 핀테크 결제금액 규모도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중국 온라인 쇼핑 시장 거래 규모는 5조3,288억위안(약 901조6,862억원)으로 미국과 격차가 크다. 독일 시장조사 업체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핀테크 거래 규모는 1조860억달러, 미국은 1조25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 같은 빅데이터와 정보통신의 발전은 중국 시장에 ‘신유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왔다. 신유통은 2016년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주창한 개념으로 온·오프라인과 물류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유통구조를 말한다.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중국 기업들이 신유통을 기업의 행동강령으로 삼고 있는 상황이다. 마 회장은 “순수한 전자상거래 시대는 곧 끝날 것이다. 10~20년 안에 신유통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며 “신유통 혁신을 통해 중국을 넘어 세계 유통 생태계를 재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8일 열리는 서울포럼 부대행사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는 빅데이터·AI 분야 중국 기업가들이 연사로 나서 ‘신유통’ ‘무경계(융합)’ ‘공유’로 대변되는 중국 시장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들이 최근 빅데이터와 AI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는 중국 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도를 높이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인상점과 AI 등 중국 소비 시장에 적용된 4차 산업 흐름을 짚는다. 쾅스의 우원하오 부총재는 ‘세계적인 AI 기술 기업’이라는 주제로 중국 4차 혁명 시장의 핵심 AI 기술을 소개한다. 이어 중국 무인상점 시장의 다크호스로 평가되는 졘24의 린제 대표가 무인상점을 모델로 한 신유통에 대해 논의한다.
중국 마케팅 신매체 소개를 통해 새로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도 소개된다. 빅데이터·AI 기반의 동영상 광고 솔루션 기업인 비디오자자(VIDEO++)의 둥후이즈 창업자는 영상매체 빅데이터 기반 영상광고 플랫폼을 주제로 삼았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인 왕훙을 관리·기획하는 유명 왕훙 기업인 따메이스샹과 레드페이지 관계자도 연사로 나서 중국 시장에서의 영상 매체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한중 기업 간 협력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현지 시장 최신 유통 트렌드의 근본적인 이해를 돕는 시간도 마련된다. 중국 최대 규모의 시장 리서치 분석 기업인 이방둥리의 저우신위 총감과 월 사용자 수가 1,200만명이 넘는 유아용품 쇼핑 플랫폼인 베이베이왕의 구롱 부총재가 참석해 중국에서 급부상 중인 중국 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의류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한두이서와 알리바바 KOL 자원 운영을 대행하는 메이콩 관계자도 한국 기업인들이 알고 있어야 할 중국 시장의 트렌드를 전수할 예정이다.
서울경제신문, 서울경제TV SEN과 함께 한중 비즈니스포럼을 공동 주최하는 마케팅 업체 상해씨앤와이의 최보영 대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의 정치적 상황으로 한중 양국 관계의 변화가 심했던 시기 동안 많은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고 중국 시장 진출이 전반적으로 뜸해졌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소비 시장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대중국 시장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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