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업계가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유치를 위해 일제히 아침 개점시간을 앞당기고 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이후 단체관광객이 줄면서 면세점 저녁 쇼핑수요가 주는 반면 새벽부터 보따리상들이 몰리는 데 따른 조치다. 보따리상이 면세점 수익성을 갉아 먹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이궁 의존도는 더 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23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주요 매장 개점시간이 30분씩 당겨지고 있다. 우선 한화갤러리아면세점63은 지난 16일부터 영업시간을 30분 앞당겨 오전 8시 30분에서 오후 8시까지로 조정했다. 신라면세점도 서울점을 오전 9시~오후 8시 30분으로 앞당겼고, 제주점 역시 내달부터 오전 9시 30분~오후 7시로 바뀐다. 또 롯데면세점은 내달 1일부터 제주점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오후 7시로 변경한다. 공동 된 특징은 아침 오픈 시간이 30분 빨라진 것이다.
이 같은 영업시간 변경은 중국 보따리상의 쇼핑패턴이 특정 제품에 대한 대량구매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기 제품의 경우 오전이면 재고가 바닥나, 다이궁 입장에서는 굳이 오후에 시내 면세점을 찾을 이유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많던 때는 저녁 6~8시에도 고객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전 9~12시에 몰리고 있다”며 “3시간 남짓한 오전 매출이 오후 매출(7시간)의 2배가 넘어 어쩔 수 없이 조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가 줄어든 매출 회복을 위해 결국 다이궁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이제는 경쟁이 영업시간 앞당기기로 옮겨붙은 셈이다. 지난해에는 다이궁 유치를 위한 송객 수수료가 일부 30%까지 치솟으며 경쟁이 과열되자, 연말께 업계 내부적으로 자제하자는 분위기도 있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면세점 업계는 매장 증가와 사드 사태가 겹치며 이제는 매출과 수익성을 모두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1년 넘게 이어지는 업계 부진 속에 살아남기 위해 영업시간 효율화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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