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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러도 베풀 줄 모르는 글로벌 제약사

한국화이자·MSD·BMS·릴리 등

국내의약품시장 매출 30% 육박

사회공헌은 매출의 0.48% 그쳐

토종제약사 대비 법인세율도 낮아

대대적 수혜 불구 환원 인색 눈총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법인이 차지하는 매출이 3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 판매가 호조를 이어가고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 강화로 대대적인 수혜를 입고 있지만 정작 사회공헌활동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발표한 35개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법인(11월 결산법인 포함)의 매출은 모두 5조6,46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보다 2.9%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29.3%가 늘었다. 업계에서는 감사보고서를 공개할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까지 포함하면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법인이 올린 매출이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앞서 한국MSD, 한국BMS, 한국릴리 등은 주식회사로 국내에 진출했다가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국내 전체 제약사의 지난해 매출이 26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7%에 이른다는 얘기다.

글로벌 제약사 국내 1위인 한국화이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매출 7,516억원과 영업이익 4,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0.3% 늘었고 영업이익은 574.6% 증가했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복제약의 등장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고 정부의 금연정책으로 금연보조제 ‘챔픽스’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화이자는 단일 기업으로 국내 7위 제약사에 이름을 올렸다. 8위 동아에스티(매출 5,550억원)을 따돌리고 6위인 종근당(8,843억원)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한국화이자가 유한양행, GC녹십자, 광동제약, 대웅제약, 한미약품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국내 제약사 빅5’ 자리를 넘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법인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로는 독보적인 신약 경쟁력이 꼽힌다. 글로벌 제약사가 판매하는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약을 출시해 견제에 나서지만 환자들이 오리지널 제품을 선호하는 탓에 여전히 입지가 탄탄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이 강화한 것도 글로벌 제약사의 입지가 높아진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매년 수천억원의 매출과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챙기는 글로벌 제약사의 사회공헌활동은 초라한 수준이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의 이익단체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의 사회공헌활동 금액(기부금+현물)은 25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0.48%에 그쳤다. 2014년 210억원보다 다소 늘었지만 여전히 개별 기업당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10억원을 밑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관계자는 “약가를 낮게 책정하는 한국 정부의 방침에도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혁신적인 신약을 국내에 공급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의 실적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국내 의약품 시장의 30%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국내 제약사가 22%의 법인세율을 적용받는 반면 글로벌 제약사는 법인세율이 5~15%에 불과해 실제로 거두는 수익에서는 더욱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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