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쇠퇴의 길을 걷던 통신업체 티모빌의 매출과 회원 수가 5년 전 CEO 존 레저 John Legere 부임 이후 2배나 증가했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아낌 없이 뿌려준 ‘색종이 조각들’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By Aaron pressman
^지난 2월 어느 날 오후, 웨스틴 뉴욕 앳 타임스 스퀘어 Westin New York at Times Square 호텔 대연회장에 몰린 인파들은 일몰 한참 전부터 축제 기분을 내고 있었다. 매니저가 뽑은 최고 우수 직원 200명이 엘리트 직원이 됐다는 흥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들은 쿵쿵대는 음악 소리에 맞춰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벡 Beck의 와우 Wow, 카밀라 카베요 Camila Cabello의 하바나 Havana, 영 서그 Young Thug, 콜드 플레이 Coldplay 같은 음악들이 흘러나왔다). 이곳에선 응원 대회가 한창이었다. 직원들은 색종이 조각 발사기 버튼을 누르게 될 순간을 기대하며 안달이 나있었다.
일반적으로 회사 실적 발표일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확실히 아니었다. 하지만 티모빌은 이 같은 성대한 파티를 기획했다. 사실 이 무선 이동통신사는 과거 무참한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젠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매출이 함께 상승하면서, 그 둘이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마지막 응원 팀의 퍼포먼스가 끝나자, 이 파티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티모빌에서 쉴 새 없이 거친 언사를 쏟아내는 CEO 존 레저(59)였다. 그는 고위 임원들과 함께 직원들의 기립 박수에 맞춰 으스대며 걸어 들어왔다. 그는 본론부터 시작했다. “우리가 그저 시끄러운 사람들인가? 충분히 요란해도 되는 이유가 있다. 티모빌은 오늘 아주 역사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오늘은 내가 CEO로 들어온 이후 최상의 실적을 기록한 날이다.”
사실이었다. 지난해 11월 경쟁사 스프린트 Sprint와의 합병 협상이 무산돼 티모빌은 큰 실망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회사가 발표한 수치는 어마어마했다. 2017년 매출은 전년 대비 8% 상승한 406억 달러였다. 레저를 영입한 2012년 총 매출의 2배가 넘는 기록이었다. 한편 순이익도 역대 최고인 45억 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가입자 수 측면에선 버라이즌 Verizon과 AT&T에 한참 못 미치지만, 티모빌은 분명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 회사는 올해 포춘이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최고 기업‘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티모빌은 무선 통신 시장(다른 인수 후보 회사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과 케이블 산업의 판도를 뒤흔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은근슬쩍 모바일 비디오 시장까지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내부 인사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티모빌의 이런 성공이 그날 파티에서 볼 수 있었던 열정적인 분위기 덕분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직원들은 ‘우리는 모두 하나인가?’라는 슬로건을 외치고 있다. 회사가 슈퍼볼 Super Bowl 기간에 방영한 다양성 주제 광고에서 따온 문구다. 색종이 발사기에서는 색종이 조각들이 연신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질문 시간이 이어졌다: 30분 동안 레저와 임원진은 파티에 참석한 직원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다른 직원들은 인터넷 생방송으로 이를 시청했다. 레저는 빠른 속도와 세심한 톤으로, 자신에게 용기를 내 질문을 던진 직원들에게 답을 했다. 그리고 질문한 직원들에게 돌돌 말린 20달러 지폐를 선물로 나눠줬다. 어떤 질문들은 농담조였지만(예를 들어 티모빌이 색종이 발사기 회사에 주식 투자를 한 것인가? 등등), 일부는 진지하게 캐묻는 질문들도 있었다. 이어 수십 명의 직원들이 줄을 서서 레저와 악수를 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레저는 마지막 직원과의 인사를 끝으로 약 30분 정도 머문 후 연회장을 떠났다.
브롱크스에 위치한 티모빌 매장 직원인 도널드 스미스 Donald Smith도 방금 레저와 셀카를 찍었다. 그는 “레저는 놀라운 사람이다. 내가 본 CEO들과는 전혀 다르다”며 “그는 직원들을 진심으로 챙
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레저는 한바탕 ‘소동’을 피우는 데 분명 재주가 있다. 그는 대담하고 경쟁심이 강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경쟁업체들에게 혹평을 쏟아내면서, AT&T와 버라이즌을 종종 ‘덤앤더머’라고 부른다. 욕설을 공공연하게 스스럼없이 하고, 트위터에서도 이따금씩 설전을 벌인다. 레저는 2015년 당시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와도 한바탕 트위터 대결을 펼쳤다. 트럼프는 당시 종합격투기 스타 선수 론다 라우시 Ronda Rousey를 비판했다(선거 후, 레저는 그때 트럼프와의 불화는 단지 과거의 일일 뿐이라고 치부했다. 그리고 기후 규제 완화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레저의 불 같은 성격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덕분에 티모빌은 그의 재임기간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최상의 성적을 기록하는 무선 통신업체가 될 수 있었다.
레저는 2012년 말 티모빌 CEO에 올랐다. 회사가 바닥을 치고 있던 시기였다. 당시 도이치 텔레콤 Deutsche Telekom의 자회사였던 티모빌은 고객들을 잃고 있었다. AT&T에 인수되는 것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규제 당국은 390억 달러 규모의 인수 건을 저지했다. 레저는 기민하게 티모빌의 사업을 강화했다. 회사는 애플과 아이폰 판매 계약에 성공했다. 통신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더 많은 주파수권을 사들이기도 했다. 2013년에는 기업공개를 진행해 자사 주식을 거래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도이치 텔레콤은 여전히 티모빌의 대주주다).
티모빌의 성공 비결은 동종업계 경쟁사들을 적으로 만드는데 있었다. 레저는 메시지 전쟁을 벌이면서, 욕설이 담긴 메시지를 퍼부었다(대상이 된 업체들은 보통 분노로 대응하곤 했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쉽게 미끼를 물지 않는다). 티모빌의 전략은 기존 요금제와 가격 정책을 없애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필요를 파악하고, 애로사항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다. 2년 약정, 로밍 요금, 매달 내역서에 찍히는 이해할 수 없는 총 요금이 사라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티모빌은 2016년 월 데이터 한도와 초과 사용 요금제를 폐지해 AT&T와 버라이즌을 한참 앞서 나갔다. 티모빌보다 덩치가 큰 경쟁업체들도 그 뒤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수치만 봐도 티모빌의 전략이 얼마나 잘 통했는지 알 수 있다. 회사는 2013년 메트로PCS MetroPCS를 인수했다. 이후 티모빌 가입자 수가 다른 경쟁업체들보다 빠르게 증가하며 7,300만 명까지 확장됐다. 이 계약의 일환으로 기업 상장도 이룰 수 있었다. 티모빌 주가는 급등하며 경쟁사들을 멀찌감치 제쳤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Business Insider의 BI 인텔리전스 BI Intelligence가 진행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티모빌의 고객 중 4분의 1은 다른 통신사로 절대 변경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AT&T의 16%, 버라이즌의 15%, 스프린트의 7%에 비해 매우 높은 비율이었다.
티모빌은 경쟁사들이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는 사이 무선 통신 영역에서 성장을 하기도 했다. AT&T는 비디오 시장을 넘보고 있다. 인공위성 서비스 디렉TV DirecTV를 인수했고, 타임 워너 Time Warner 인수 안에도 합의했다(그러나 미 반독점 당국이 타임 워너 인수건에 제동을 걸었다). 버라이즌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파이오스 Fios 네트워크의 주요 부문을 매각했다. 한편, 스프린트는 엄청난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네트워크 품질개선 비용을 대폭 삭감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티모빌은 전화 사용 고객들에게 끊임없이 집중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고위 임원들이 끊임없이 일선 직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BTIG 리서치 BTIG Research의 애널리스트 월터 피에킥 Walt Piecyk은 “레저는 직원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그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직원들의 말에 귀 기울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레저가 CEO에 오른 이후 계속 티모빌을 분석하고 있다. 회사의 소매 체인 총괄부사장 존 프레이어 Jon Freier는 “이 회사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고객을 모시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그 직원들을 섬기는 사람”이라며 “나는 후자에 속한다”고 말했다.
평소와 달리 비가 내리지 않던 시애틀의 1월 어느 날, 시애틀 교외 벨뷰 Bellevue에 위치한 레저의 10층 코너 오피스에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레저는 피스메이커 Peacemaker라는 비디오게임에 한창 몰입해 있었다.
비교적 작은 그의 집무실에는 이것저것들이 가득 차 있었다. 티모빌 특유의 자홍색으로 만든 NHRA(드래그 레이싱 경주) 자동차 레이서 복, 칼리 포크스 Carly Foulkes의 스크랩 사진(‘티모빌 걸’로
잘 알려진 전 광고 모델), 두 딸의 사진, 그가 진행하는 슬로 쿠킹쇼 용 요리책들(페이스북에서 깜짝 인기 몰이 중이다)이 널려 있었다.
그러나 현재 레저가 푹 빠져 있는 오락은 둘 모두 음성으로 작동되는 퍼비 츄바카 Furby Chewbacca 인형과 예스맨(Corporate Yes Man) 인형이다. 두 인형은 서로 언쟁을 벌이고 있다. 퍼비가 꽥꽥 거리며 소리를 낼 때마다, 예스맨이 그에 대한 대답을 내놓는다(“응 그래, 난 늘 네 편이야”, “네 말에 완전 동의해”). 예스맨이 말하면 퍼비도 계속 대답하고, 예스맨이 또 다시 얘기하면서 서로의 대화가 끝없이 이어진다. 레저는 “보통 이런 식”이라며, 인형들의 설전을 멈춰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레저가 늘 거만한 태도였던 건 아니다. 그는 AT&T에서 18년 동안 다양한 임원 보직을 경험하며 경력을 쌓았다. 이후 컴퓨터 제조사 델에서 아시아, 유럽 판매를 총괄했다. 그를 20년 이상 알고 지낸 러셀 레이널즈 Russell Reynolds의 수석 리쿠르터 레이 세델 Rae Sedel은 “그는 늘 합리적인 보수였다.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레저는 최근 자신의 행보의 영감을 마이클 델 Michael Dell과 일했던 경험에서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PC 거물 마이클 델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거침없이 주주들과 어울리고, 사인을 해주는 모습을 목격했다. 전설적인 CEO가 주주들의 충성심을 확보하고, 무료 홍보 효과를 누리는 방법을 확인한 것이었다. 레저는 “난 델에게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을 배웠다”며 “그는 고객들을 사랑했다. 자신이 하는 사업을 사랑했고, 고객들이 하는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고 말했다. 델은 레저의 이 같은 칭찬에 유쾌하게 화답했다. 이 컴퓨터회사 창립자는 포춘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존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앞으로 그의 전도에 멋진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레저가 CEO를 맡은 초창기엔 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았다. 그는 텔레콤 서비스 회사 글로벌 크로싱 Global Crossing의 아시아 사업부에 이어 모회사를 맡았다. 인터넷과 텔레콤 버블이 터지자, 글로벌 크로싱은 파산했다. 레저는 수 천명의 직원들을 해고해야 했다. 이 기업의 아시아 사업부는 레저가 재직할 당시 두 차례에 걸쳐 성차별 소송 합의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에서 여성 직원들은 레저가 사무실에서 상대를 비하하는 언행과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그는 당시 합의 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았다. 티모빌도 이 내용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레저는 수 년에 걸쳐 기업의 파산을 정리했고, 이후 2011년 회사를 매각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레저는 티모빌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았다. 회사는 급성장하는 이동통신 업계에서 몸집이 큰 브랜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았다. 그가 CEO로서 착수한 첫 활동은 새로운 선언문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 선언문은 ‘우리는 다른 통신사와는 다르다. 당당하게 언캐리어 Uncarrier(탈 통신사)가 되겠다’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이어 ‘우리는 고객들에게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 새로운 휴대폰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일찍이 레저는 집무실에 고객 서비스센터 상담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전화선을 설치했다. 그는 하루에 몇 시간을 할애해 자주 늦은 밤까지 서비스 응대 내용을 청취하고 있다. 그가 착안한 ‘탈 통신’ 아이디어들(가입비와 해지 수수료 폐지 등)은 대부분 고객센터 상담 내용에서 나왔다. 레저는 “내가 초창기에 생각해낸 전략은 직원과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전부였다. 헛소리들을 집어치우고 그들이 요구하는 바를 실천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티모빌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하자‘는 데 전념하고 있다. 이른바 ’전문가 집단‘이 이런 노력에 앞장 서고 있다. 회사는 콜센터 직원들에게 전례 없는 권한을 부여했다. 작년부터 시작된 새 전략에 따라, 티모빌은 고객들을 대략 12만명 단위로 구분했다. 각 고객 그룹은 특정 콜센터의 직원 10여 명에게 할당됐다.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해당 고객의 전담 팀에 자동으로 연결된다. 업계 관행대로, 전국 콜센터 중 업무량이 적은 곳에서 무작위로 응대직원을 선택해 연결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티모빌의 콜센터 직원들은 전담 고객집단으로부터 나오는 실적에 대해 책임을 진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계속 다른 부서로 전화를 돌리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티모빌은 구체적인 지표를 사용해 콜센터의 실적을 측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들이 다른 통신사로 변경하는 빈도수, 콜센터에 전화하는 빈도수 등을 체크하고 있다. 콜센터 직원들과 관리자들은 고객들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청구서를 변경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는다.
티모빌의 고객관리 부사장 칼리 필드 Callie Field는 “전담 콜센터 서비스에 대해 업계에선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프로그램이 실행된 이후, 고객 관리 비용이 총 9% 감소했다. 소비자 만족도는 20% 포인트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레저는 고객관리팀의 새로운 전담체계 덕분에 프로모션의 진행 방향과 신규 요금제에 대한 고객들의 이해도를 더욱 잘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콜 센터 직원들은 하루에 20명의 고객들을 응대한다. 사업 운영으로 치면 금광과 같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레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그 금광들을 방문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티모빌 매장과 콜센터에는 5만 1,000명의 미국 직원 대부분이 근무하고 있다. 그는 2016년 17개 콜 센터를 모두 방문했다. 그러나 이 방문은 그저 멋진 지역으로의 즐거운 여행이 아니었다. 콜센터는 머리디언 Meridian과 아이다호, 오클랜드, 메인 같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작년에는 스프린트와의 복잡한 협상 건 때문에 2곳만 방문했다. 레저는 올해 좀 더 많은 지역을 찾으려 한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레저는 선거 유세를 방불케 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상품, 프로모션, 최근 재정 실적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질문을 받고 있다. 회사 로고가 찍힌 옷을 나눠주고, 사인을 해주고,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그는 자비를 털어 현금 선물을 주기도 한다(티모빌 최근 주주총회 자료에 따르면 레저는 2016년 2,000만 달러, 2015년에는 2,400만 달러를 썼다). 그는 머리디언 콜센터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핵심 성과 지표 3개에서 1위를 달성하면 사비로 4만 달러를 들여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머리디언 콜센터는 이후 2개 지표에서 1위, 나머지 1개 지표에서 간발의 차로 2위를 기록했다. 그래도 레저는 시원하게 약속을 지켰다. 그는 1월 머리디언을 방문하기 전, 지역 은행지점에 들러 소액권으로 4만 달러를 인출해갔다.
레저는 2월 초 내슈빌에서 열린 소매점 직원 행사에도 깜짝 방문했다. 애틀랜타 매장 매니저 린지 카터 Lindsay Carter는 “레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유명 힙합 가수 스눕 독 Snoop Dogg이 온 것처럼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는 최근 지역 판매 담당자로 승진했다. 카터는 질의 응답 시간에 레저에게 엄청난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5년 새 이 업계를 거의 장악했다. 향후 5년 내에 대선
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레저는 “그럴 일은 없다”며 카터에게 100달러 지폐를 건넸다.
일선 직원들에 대한 지원은 공짜 선물에 그치지 않는다. 전 직원들은 학비 지원과 유급 휴가를 받는다. 관련 법이 마련되기 전부터 티모빌은 동성애 커플에게 배우자 혜택과 보험 지원을 제공했다. 티모빌은 LGBTQ/*역주: 성소수자 중 동성애자(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퀴어(Queer)를 합쳐서 부르는 단어/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차별금지 정책도 시행했다. 작년 6월에는 NYC 프라이드 NYC Pride-미국 최대 규모의 LGBTQ 행사 중 하나다-의 주요 협찬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티모빌 소속의 NYC 프라이드 총괄 책임자 크리스 프레더릭 Chris Frederick은 “단순히 전화기를 팔려는 목적이 아니다. 회사는 늘 포용적인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모든 관심은 직원들의 충성심으로 연결된다. 칼리 필드는 티모빌 콜센터 연간 이직률이 고작 23%라고 강조했다. 업계 평균 이직률 43%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업계를 연구해온 런던경영대학원 대니얼 케이블 Daniel Cable 교수는 “대부분 일반 콜센터는 공포를 이용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고 지적했다.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응대 시간이 너무 길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다. 반면 티모빌은 ‘직원들 스스로가 가치 있다고 느끼고,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케이블 교수는 “레저의 방문 이벤트 같은 전략이 직원들에겐 ’일회성‘ 행사로 비춰질 수 있는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근무 방식 자체는 변하지 않은 채, 그날그날의 기분만 달라지는 느낌을 줄 도 있다는 것이다. 레저의 현금과 물품 공세도 부호의 생색내기 정도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레저의 팬들은 “그가 주로 여성 단순육체노동자인 고객 서비스 직원들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매사추세츠 중부 피치버그 Fitchburg(노동자 계층이 주로 사는 도시)에서 5남매 중 셋째로 자랐다. 그는 지역 가톨릭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유명 매사추세츠 공립대를 졸업했다. 기업 리쿠르터인 세델은 “그는 부유한 동네 출신이 아니다”라며 “레저는 자수성가한 유형이다. 자신이 원하는 충성심을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선물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충성심에는 책임감이 따른다. 티모빌 소매사업 부사장 존 프레이어는 레저와의 공개 Q&A 형식을 빌어 본인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했다. 직원들이 질문과 우려 사항들에 대해 문자를 보낼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 매장 직원들은 그만큼 본인들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고객들의 피드백이 최고위층에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이어는 “매장 서비스에 불만이 있는 고객들이 키보드 몇 타만 치면 존 레저와 연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장 직원이 고객을 챙기지 않으면 매장 관리자, 아니면 지역 관리자, 아니면 존 레저가 챙기게 된다”고 덧붙였다(이 말에는 레저가 관여하는 상황을 원치 않으면, 본인이 직접 잘 챙겨야 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SNS는 레저가 즉각 대응하고 있는 핵심 전략 도구다. 거의 중독에 가까운 열성적 트위터 사용자인 그는 5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때를 가리지 않고 경쟁사들에 대해 험담을 한다(최근 날카로운 꼬리가 달린 거미가 발견됐다는 기사 링크를 첨부하면서, ’아직도 버라이즌 고지서보다 무서운 걸 찾지 못함‘이라는 트윗을 날렸다). 또한 전 세계에서 가장 가시성 높은 트위터에서 고객들의 불만을 처리하기도 한다. 티모빌은 약 300명으로 구성된 소셜 미디어 팀을 가동 중이다(4년 전에는 23명에 불과했다). T-포스 T-Force로 불리는 이 팀은 고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슈라면 무엇이든 처리를 해준다. 레저가 유머러스한 성격의 소유자일지는 몰라도, 그는 트위터에서 하는 작업이 “매우 진지한 비즈니스”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시 작년 11월로 돌아가보자. 스프린터 인수 건이 좌초되자, 티모빌 임원들은 침울해했다. 인수가 성사됐더라면, 300억 달러 비용 절감이 가능했다. 하지만 스프린트 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 SoftBank는 합병 기업에 대해 상당한 지배권을 유지하길 원했다. 결국 양측은 스프린트 주식 평가 방식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도쿄에서 마지막 협상을 진행한 이틀 후, 레저는 캐스케이드 산맥의 유려한 장관을 자랑하는 시애틀의 고급 레스토랑 캔리 Canlis로 최고위급 간부 6명을 소집했다. 몇 병의 와인을 마시면서 그는 협상 당시 스프린트와 티모빌의 암호명이 ‘스페인(Spain)’, ‘태국(Thailand)’ 이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간부들에게 유급 휴가와 함께 스페인이나 태국행 2인용 여행 비용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그 밖에 세그웨이 Segway 스쿠터나 베스파 Vespas 모터사이클을 골라도 된다고 말했다(현재 1명이 태국을, 2명은 스페인을 택했다. 레저는 “아직 베스파를 고른 사람은 없다”며 아쉬운 듯 말했다). 그 후 임원들은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또 다른 도약을 위해 나섰다.
새 계획의 성공 여부는 레저 집무실 옆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원들의 역할에 크게 좌우될 것 같다. 최고기술책임자 네빌 레이 Neville Ray는 티모빌의 네트워크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업무를 관할한다. 그가 이끄는 팀은 라디오 공학 박사학위를 2개 보유한 직원부터 부동산 전문가, 현장 기술자 등 다양한 인재로 구성돼 있다. 레저는 아직 독립적으로 사업 중인 소규모 미국 통신사 일부를 인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회사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새로운 통신사와의 결합은 티모빌 기술팀의 역량과 직결된다. 기술팀은 메트로PCS 네트워크와의 빠른 동화를 선보이며 일찌감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레이는 “그의 팀원들이 일을 정말 사랑하는 미치광이들”이라고 묘사했다.
레이가 이끄는 팀의 엔지니어들은 대역폭을 구축, 티모빌이 초고속 5G 무선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도움을 주었다. 초고속 5G 무선 서비스는 2020년 업계 표준이 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티모빌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무선 사업보다 인기가 없던 케이블 TV 사업에도 진출 가능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티모빌은 작년 12월 덴버 소재 스타트업 레이어 3 Layer 3을 3억 2,5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티모빌은 레이어 3가 보유한 콘텐츠 계약과 기술을 활용해 인터넷으로 케이블 채널과 기타 프로그램을 안방 TV와 회원 휴대폰으로 전송할 수 있게 된다.
티모빌의 비디오 사업 진출은 무선 사업 성장세의 둔화에 따른 것이다. 회사는 2월 실적 발표 일에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과시냈다. 하지만 동시에 신규 가입자 유치 전망에 대한 낮은 기대감을 드러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한편, 비디오 소비량의 상당 부분은 TV에서 휴대폰으로 이동했다 (조사회사 이마케터 eMarketer에 따르면, 동영상의 70% 이상은 현재 휴대기기로 재생되고 있다). 레저는 유료 TV 산업의 연간 매출 1,000억 달러 중 일부가 휴대기기로 흘러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티모빌은 올해 말 발표될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티모빌이 이미 포화된 시장에 진입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했다. 회사는 구글의 유튜브 TV,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뷰 PlayStation Vue, AT&T의 디렉 TV 나우 DirecTV Now 등 자금력이 풍부한 경쟁업체들과 일전을 벌여야 한다. 통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모펏너선슨 리서치 MoffettNathanson Research의 애널리스트 크레이그 모펏 Craig Moffett은 “쇠퇴하는 비디오 시장에 신규 진입해 의미 있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티모빌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무선 사업에서 나오는 현금 파워와 레저 특유의 ’우리 대 그들(us-against-them)‘ 전략으로 회사가 다시 한번 승리자가 될 수도 있다. 레저는 “처음부터 컴캐스트 Comcast/*역주: 세계 최대 케이블 텔레비전 및 방송 회사/를 잡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티모빌은 TV는 좋아하지만 케이블은 싫어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번역 최명인 chm7interpret@gmail.com
경쟁사들에 대한 존 레저의 촌철살인
-“여기에 뉴욕에서 온 사람이 있는가? AT&T 사용자가 있는가? AT&T 사용자들이여, 행복한가? 당연히 아니다. AT&T의 네트워크는 쓰레기다.” - 2013년 1월 9일, 소비자가전전시회(CES) 개회식에서
-“우리는 전체 통신 사업을 접수할 것이다. 아니면 저 형편없는 놈들이 스스로 변화할 것이다. 그러면 전체 산업이 변할 것이다. 그 잘나신 분들이 비명을 지르며 우는 모습을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 2014년 1월 8일, CES에서
-“케이블 TV사들은, 과거 AT&T와 버라이즌에 눈 하나 꿈쩍 않던 티모빌이 이제 자신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긴장하지 않겠는가?” - 2017년 12월 13일, 티모빌이 레이어 3 인수 후 모바일 비디오 시장 진입을 발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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