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자치단체 국제행사의 국고지원 일몰규정을 대폭 완화해 평가만 통과하면 무한대로 국비를 받을 길을 터줬다. 또 광주비엔날레처럼 지역특별회계로 잡히는 행사는 아예 일몰규정을 없앴다.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정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제행사의 유치·개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발령했다.
기재부는 지자체의 무분별한 국제행사 개최를 막는다며 2008년 국고지원 일몰제를 도입했다. 국비가 10억원 이상 들어가는 행사는 국고지원을 7회까지만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일몰제는 매년 열리는 행사의 경우 7회, 2년 주기는 4회, 그 밖의 행사는 3회까지 국고를 지원한 뒤 일몰제를 적용하되 연장평가를 통과하면 각각 7회·4회·3회씩 일몰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제행사를 지원하는 사업의 예산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으로 편성되는 지역특별회계인 경우는 일몰제를 아예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기재부는 “기존 규정을 세분화하고 연장을 검토하는 체계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실상 이번 조치는 일몰제를 없앤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년 열리는 행사의 경우 7회 열린 뒤 연장평가를 계속 통과하면 무한대로 국고지원을 받을 길이 열렸다. 또 지특회계로 잡히는 행사는 영구적으로 국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광주비엔날레의 경우 2016년 예산 100억원 중 국비 31억원이 지원됐지만 올해 행사는 일몰 적용(지난해 편성)으로 국비를 9억원만 받았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일몰규정이 폐지돼 오는 2020년 행사에는 다시 30억원 이상을 지원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고를 아낀다며 만든 일몰규정이 무력화된 배경을 두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규정만 보면 연장평가에 따라 국고지원이 끊길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역구 의원등의 민원이 거세게 들어올 경우 가능하겠냐”며 “일몰제를 없앴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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