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분기 우리 경제가 전기 대비 1.1% 성장하며 2년 연속 경제성장률 3% 달성 가능성에 한발 다가섰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사상 최악 수준의 청년 실업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민간 소비 회복도 더뎌 연말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1·4분기 GDP는 395조9,328억원(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 분기보다 1.1% 늘었다. 시장 예상치(1.0%)를 웃도는 좋은 성적이고 연말까지 분기당 평균 0.7~0.8% 정도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연간 기준 3%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1·4분기 경제성장은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확대, 기저효과가 더해진 결과다. 수출은 4.4% 증가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2.1%)보다 큰 폭으로 성장했다. 여전히 반도체가 효자 노릇을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반도체 수출액은 110억5,000만달러로 단일 품목으로는 최초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제트연료와 경유·나프타 같은 석유 제품 수출 증가도 거들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장비와 기계류 투자에 힘입어 전 분기보다 5.2% 올랐다. 건설투자 성장률은 2.8%로 부동산대책에 따라 양도세 중과 부담을 피하기 위한 거래 증가 요인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 직전 분기 성장률이 -0.2%로 저조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었다.
정부 소비는 2.5% 증가하며 2012년 1·4분기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장률 1.1% 가운데 0.4%포인트를 끌어올렸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 정책에 따라 건강보험급여 지출이 늘었고 일자리·복지 분야의 재정 지출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여러모로 호재가 많았던 1·4분기지만 이 추세가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먼저 소비가 불안하다. 1·4분기 민간 소비 증가율은 0.6%로 지난해 1·4분기(0.5%) 이후 가장 낮았다. 앞으로 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이달까지 5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서민 살림살이와 직결되는 도소매·음식숙박업 생산은 -0.9%로 뒷걸음질쳤다. 인건비에 민감한 이들 업종은 올해 최저임금 급등(16.4%)의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쇼크’ 수준의 고용상황도 문제다. 지난달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치인 4.5%를 기록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1.6%로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자동차와 조선 산업 구조조정으로 앞으로 고용여건은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정부가 부랴부랴 마련한 3조9,000억원 규모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은 국회 파행으로 통과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
나라 밖 사정도 간단하지 않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통상 압박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격화하면 이들을 주요 교역국으로 삼고 있는 우리로서는 새우등이 터지는 꼴을 피하기 어렵다. 세계 주요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리스크 등도 언제든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위험요소로 풀이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주택 경기가 둔화하고 반도체 설비도 지난해 선행 투자가 상당 부분 이뤄져 올해 증가율이 떨어질 것”이라며 “2·4분기부터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연간 성장률은 3%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종=임진혁기자 서민준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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